시인 詩 모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효림♡ 2018. 2. 23. 09:00

* 1 - 나태주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

 

* 2

예쁘다는 말을

가볍게 삼켰다

 

안쓰럽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렵게 삼켰다

 

섭섭하다,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서 그는 스스로 꽃이 되기로 작정했다. *

 

* 꽃 3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

 

* 목련꽃 낙화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햐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

 

* 앉은뱅이꽃

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 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 받는단다. *

 

들국화 1
1
울지 않는다면서 먼저
눈썹이 젖어

말로는 잊겠다면서 다시
생각이 나서

어찌하여 우리는
헤어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입니까?

말로는 잊어버리마고
잊어버리마고

 

등피

아래서. 


2
살다 보면 눈물날 일도
많고 많지만
밤마다 호롱불 밝혀
네 강심(江心)에 노를 젓는
나는 나룻배

아침이면
이슬길 풀섶길 돌고 돌아
후미진 곳
너 보고픈 마음에
하얀 꽃송이 하날 피웠나부다. *

 

* 이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

 

* 안부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

 

* 부탁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느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

 

*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장미 한 송이
피를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더 짧아졌습니다
더욱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 제비꽃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

 

* 나태주시집[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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