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그리움 시 모음

효림♡ 2018. 1. 10. 09:00

* 그워 - 김소월

봄이 다 가기 전,

이 꽃이 다 흩기 전

그린 님 오실까구

뜨는 해 지기 전에.

 

엷게 흰 안개 새에

바람은 무겁거니,

밤샌 달 지는 양자,

어제와 그리 같이.

 

붙일 길 없는 맘세,

그린 님 언제 뵐련,

우는 새 다음 소린,

늘 함께 듣사오면. *

* 김소월시집[진달래꽃]-미래사

 

 

* 그리움 -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도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

 

* 그리움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 그리움 - 김용택 

눈을 감으면

당신이 따라 들어와요.

그 산, 그 물, 그 꽃, 그 나무,​ 그 새,

그 노래들, 그 바람까지도

그리워요. *

 

* 그리움 - 김용택 

해질녘에

당신이 그립습니다

잠자리 들 때

당신이 또 그립습니다 

 

* 그리움 - 나태주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

 

* 그리움 - 나태주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 

 

* 그리움 - 김준태 
꽃은 죽어서
하늘로 날아가고
나비들은 죽어서
땅으로 내려온다

사람은 죽어서
하늘에 자신의
그림자를 적시고
새들은 죽어서
땅 위에
자신의 날개를
퍼덕퍼덕 남긴다

그리움 때문일까
살아서
못다 한 그리움!

땅 위의 목숨은
하늘로 날아가 목숨을 이루고
하늘 위의 목숨은
땅 위에 내려와
목숨을 이룬다

 

*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다 지고 싶습니다 *

 

*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 당신을 기다리는 하루 - 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 그리움 - 신달자

내 몸에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 대로

휘몰아 너에게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흘러가는

이 난감한

생명 이동 *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 정희성시집[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비

 

*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

 

*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맹문재 
먼 길에서 바라보는 산은 가파르지 않다

미끄러운 비탈길 보이지 않고

두릅나무 가시 겁나지 않고 독오른 살모사도

무섭지 않다

먼 길에서 바라보는 기차는 한산하다

발 디딜 틈 없는 통로며

선반에 올려진 짐꾸러미 보이지 않는다

 

먼 길에서 바라보면

다른 사람의 수술이 아프지 않다

불합격이 아깝지 않고

자살이 안타깝지 않다

배고픔과 실연이 슬프지 않고

아무리 글을 읽었어도 강의 깊이를 볼 수 없다

 

그러나 길은 먼 데서 시작된다

누구나 먼 길에서부터 바위를 굴릴 수 있고

도랑물 소리 들을 수 있다

장기적금 첫회분을 부을 수 있고

못난 친구들과 잔 돌릴 수 있고 심지어

노동시의 슬픔도 읽을 수 있다

 

새벽에 나서는 설 귀향길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루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 둑길 한끝 *

 

* 그리움 - 아이헨도르프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나는 홀로 창가에 기대어
고요한 마을
멀리서 들리는 역마차 피리소리를 들었다.
어쩐지 가슴이 타오르듯 뜨거운
이렇게 아름다운 여름밤
저렇게 함께 여행할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슬쩍 하기도 했다.

젊은이 두 사람이
산비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노래하는 소리가
고요한 산자락을 따라 멀어져간다.
살랑살랑 속삭이는 숲을 맴돌고
현기증 나는 바윗길을 맴돌아
낭떠러지를 뚝 떨어져서
숲의 어두움 속에 사라지는 샘물을 맴돌고 간다.

그들은 대리석 조각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게 우거진 갈퀴덩굴 속의
바위 있고 잔디밭 있는 정원과
달그림자에 떠오르는 궁전을 노래했다.
아름다운 여름밤
아가씨들이 그 창가에 기대어
아련한 샘물의 속삭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칠현금 소리 울리기를 기다린다고.

 

* 그리움 - 전혜린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었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

 

* 그리움 - 정복여

물방울 화석이라는 것이 있

다 빗방울이 막 부드러운 땅

에 닿는 그 순간 그만 지각변

동이 일어 그대로 퇴적되어

버린,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

하면 빗방울 떨어졌던 흔적,

빗방울의 그 둥글고 빛나던

몸이 떨어져, 사라져, 음각

으로 파놓은 반원, 그때, 터

진 심장을 받으며 그늘이 되

어버린 땅, 이를테면 사랑이

새겨넣은 불도장 같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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