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오상순 시 모음

효림♡ 2018. 2. 26. 09:00

* 첫날밤 - 오상순 

어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 바닷속에서

어족인 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이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에 생명의 비밀 터지는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玄牝)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고

침침히 깊어간다. *

* 오상순시집[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시인생각,2012

 

* 방랑의 마음 1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ㅡ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ㅡ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우도다.

 

망망(茫茫)한 푸른 해원(海原)ㅡ

마음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 오상순시집[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시인생각,2012

 

* 의문
백발의

팔순 늙은 할머니

걸음발 겨우 떼어 놓는

초치()의 어린 아이

면()과 면을 서로 대하고

눈과 시선이 서로 마주칠 때

나는 묻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당신은 그 아이를 아시나이까!

나는 묻고 싶었다

어린아이에게

너는 저 할머니를 아느냐고.....

 

* 가위
바느질하던 나의 누이
[오라버니, 그거웨그러오 ?]
10년전에 어머니 쓰시던
가위를 들어 코에 대었다네
어머니 살내음
혹시나 남아있을까 하고
무심중에----.

 

* 한 잔 술 
나그네 주인이여 평안하신고
곁에 앉힌 술단지 그럴 법허이
한 잔 가득 부어서 이리 보내게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저 달 마시자
오늘 해도 저물고 갈 길은 머네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이거 어인 일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끝도 없거니
심산유곡 옥천(玉泉)샘에 홈을 대었나
지하 천 척 수맥에 줄기를 쳤나
바다는 말릴망정 이 술단지사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좋기도 허이
수양(垂楊)은 말이 없고 달이 둥근데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채우는 마음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비우는 마음
길가)에 피는 꽃아 서러워마라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한 잔 더 치게

한 잔 한 잔 또 한 잔 한 잔이 한 잔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석 잔이 한 잔

아홉 잔도 또 한 잔 한 잔 한없어

한없는 잔이언만 한 잔에 차네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이여 섧기도 허이
속 깊은 이 한 잔을 누구와 마셔
동해바다 다 켜도 시원치 않을
끝없는 나그넷길 한 깊은 설움
꿈인 양 달래보는 하염없는 잔

꿈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

* 오상순시집[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시인생각,2012

 

* 나와 시와 담배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異音) 동곡(同曲)의 삼위일체


나와 내 시혼은
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는 곡선의 선율을 타고
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 물들어 스며든다. *

* 오상순시집[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시인생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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