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락(黃落) - 김종길 * 황락(黃落) - 김종길 추분(秋分)이 지나자, 아침 저녁은 한결 서늘해지고, 내 뜰 한 귀퉁이 자그마한 연못에서는 연밤이 두어 개 고개 숙이고, 널따란 연잎들이 누렇게 말라 쪼그라든다. 내 뜰의 황락을 눈여겨 살피면서, 나는 문득 쓸쓸해진다. 나 자신이 바로 황락의 처지에 놓여 있질 .. 좋아하는 詩 2014.11.02
고고(孤高) - 김종길 * 고고(孤高) - 김종길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밤 사이 내린 눈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化粧)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 좋아하는 詩 2011.02.01
김종길 시 모음 * 소 - 김종길 네 커다란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 내가 있고나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그시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고나 * * 여울 여울을 건넌다. 풀잎에 아침이 켜드는 개학날 오르막길, 여울물 한 번 몸에 닿아보지도 못한.. 시인 詩 모음 2010.08.20
설날 아침에 - 김종길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歲)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에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물 앞에 하였거든 그것.. 좋아하는 詩 2009.01.01
성탄제 - 김종길 *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 좋아하는 詩 2008.12.09
설야 - 김종길 * 설야(雪夜) - 김종길 눈오면그리움 한결더하여 눈속에차운볼이 꽃으로피네 말없이밟아가는 어스럼길에 눈은소리없이 쌓여만간다 西天엔눈보라와 보라빛落照 어디메먼곳엔 그리운靑山 좋아하는 詩 2008.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