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반칠환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 좋아하는 詩 2009.08.06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 - 반칠환 *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 - 반칠환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발을 씻는 사람들아 그 여름의 뙤약볕과 큰물과 바람을 모두 견뎠느냐 휩쓸고 몰아친 그 길 무릎걸음으로 걸어온 이들 한두 사람뿐이랴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이마를 훔치는 사람들아 올.. 좋아하는 詩 2009.06.22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좋아하는 詩 2009.06.22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허름한 시골 함바 집 식탁 위 처억 이름 모를 냄비가 앉았다 간 검은 궁둥이 자국을 본다 손으로 쓸어보지만 검댕은 묻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속이 타도 궁둥 걸음밖에 할 수 없었을 어떤 아낙의 모습 선연하다 눈물 나게 뜨거워 달아났다가도 가슴 시리.. 좋아하는 詩 2009.06.22
누나야 - 반칠환 * 누나야 - 반칠환 누나야 다섯살 어린 동생을 업고 마실갔다가 땀 뻘뻘 흘리며 비탈길 산지기 오두막 찾아오던 참대처럼 야무진, 그러나 나와 더불어 산지기 딸인 누나야 국민학교 때 '코스모스 꽃잎에 톱날 박혀 있네 톱질하시던 아버지 모습 아련히 떠오르네' 동시를 지어 백일장에 장.. 좋아하는 詩 2009.02.16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좋아하는 詩 200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