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효림♡ 2009. 6. 22. 08:10

*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허름한 시골 함바 집 식탁 위

처억 이름 모를 냄비가 앉았다 간

검은 궁둥이 자국을 본다

손으로 쓸어보지만

검댕은 묻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속이 타도

궁둥 걸음밖에 할 수 없었을

어떤 아낙의 모습 선연하다

눈물 나게 뜨거워 달아났다가도

가슴 시리면 다시 그 불판 그리워

엉덩이부터 들이댔을 서러운 조강지처

평생 끓이느니 제 속이요

쏟느니 제 창자였을

저 아낙의 팔자는 어느 사주에

적혀 있던 걸까

팔만사천 번 찌개를 끓였어도

죄다 남의 입에 떠 넣고

빈 입만 덩그라니 웃었으리라

 

* 호수의 손금

얼음호수가 쩌엉 쩡 금간

손바닥을 펴보이자

수십 마리 오리들이 와글와글

엉터리 수상을 본다

걱정 말우

봄부터는 운수 풀리겠수

쩌억 적 어름에 달라붙는

제 물갈퀴 발금의 시린 소망이겠지 *

 

* 해일 
달의 인력이 아니라
물고기들이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발목이 젖는 게 두려운 사람들아
제 눈물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라

조석간만이 아니라
바다가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세상의 눈물 콧물 다 훔쳐주던 억척어멈도
한번쯤 제 슬픔에 겨워 넘치는 것이다

뭇 생명들이 처음 태어난 곳도 저 눈물 속이었다 *

 

* 어머니 5 - 검버섯 
산나물 캐고 버섯 따러 다니던 산지기 아내
허리 굽고, 눈물 괴는 노안이 흐려오자
마루에 걸터앉아 먼 산 바라보신다
칠십년 산그늘이 이마를 적신다
버섯은 습생 음지 식물
어머니, 온몸을 빌어 검버섯 재배하신다
뿌리지 않아도 날아오는 홀씨
주름진 핏줄마다 뿌리내린다
아무도 따거나 훔칠 수 없는 검버섯
어머니, 비로소 혼자만의 밭을 일구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