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 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옥에 - 지옥 1~3 - 김지하 (0) | 2009.06.24 |
---|---|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 - 반칠환 (0) | 2009.06.22 |
냄비보살 마하살 - 반칠환 (0) | 2009.06.22 |
[스크랩] 섬초롱꽃 위로 빗방울이 (0) | 2009.06.19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척 로퍼 (0) | 200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