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효림♡ 2009. 6. 22. 08:11

 

* 은행나무 부부 칠환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 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