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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섬초롱꽃 위로 빗방울이

효림♡ 2009. 6. 19. 23:12

 

 

 

 

 

스승의 날이라 하여 제주도내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모두 모여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하였다. 마침 증조모님 제사를 집에서 모시게 돼 있어 방을 치우고 대충 준비를 한 후

늦게 가서 축구 경기하는 것을 보다가 준비해놓은 막걸리를 두어 잔 마시고 나서, 집

아이들 출신 학교로 가서 대충 아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였다. 첫째, 셋째 딸 중학교만

공립학교고 아들 딸 모두 사립고등학교 출신들이다.


2시가 다 되어서 잠시 운동장을 빠져 나와 국립제주박물관으로 가서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 현문필 조사팀장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본 제주의 도자문화’ 강의를 듣고

나서 뜰로 나서니, 이 섬초롱꽃 위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섬초롱꽃은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50cm 정도까지 자라며, 뿌리에서 나는 잎은 잎자루가

길고 줄기에서 나는 잎은 잎자루가 짧아지다가 없어진다. 6~7월에 엷은 자주색 꽃이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에 핀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울릉도에 분포한다.



 

♧ 섬초롱꽃 - 목필균


끝없는 푸른 물결

투명한 하늘

울릉도가 고향인 섬초롱꽃

도심지 꽃밭에 피어났다.


하얗게 울리는 종소리

말없음표가 도막지며

고주파로 퍼진다.


하나아,

두울,

세엣,


오늘 앞에 어제가

오늘 뒤에 내일이

조롱조롱 매달린다.

 

 

♧ 초롱꽃이 피었네 - 양영길


지난 늦여름 친구네 집 뜨락에 있던 섬초롱꽃

꽃을 다 피워내고 지쳐 앉은 섬초롱꽃

한 포기만 달라고

딱 한 포기만 주라고 조르고 졸라도

말려버릴 거라고

죽어버릴 거라고

두 손을 내젓는 것을

더위에 지친 몸

양심을 안주 삼아 한 잔 술로 달래다가

술김에 슬쩍 뽑아다 심어놓은 섬초롱꽃

아하~ 살아 있었네 꽃이 피었네

오월의 이른 아침에 세 송이나 피었네

접어두었던 양심이 꽃으로 피었네

찰랑찰랑 종소리 울려오네

졸고 있는 양심을 깨우려는가

내 영혼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려는가

돌담에 앉은 텃새 한 마리

내 눈을 쳐다보며 눈동자를 굴리네


 

♧ 초롱꽃 - 유안진

    

문빗장 절로 벗겨졌나

열리고는 닫기지 않는 가슴


그 누가 불러내는가

한사코 뻗친 길을 간다


외진 이 기슭에 와 만난

전생의 내 모양 초롱꽃


 

그대 날 돌려 세웠으나

뒤돌아 도로 안길 수밖에 없듯


간절코 안타까운 매디마다 정수리마다

이슬 젖은 맨발로 별은 와서 열렸어라


이 등불 건네다 보며

절간의 쇠북도 울음 삭이리.

 


♧ 초롱꽃 - 장진숙


강원도 철원군 서면 부대 입구

글썽 글썽 불 밝힌 근심의 초롱 들고

오 백리 어둠 뚫고 찾아 온 어미

아들 녀석 씨익 웃으며 달려 나올까

목 늘여 지켜보다 그만 기진해

풀 섶에 주저앉아 고개 숙여 피었다

 

 

♧ 초롱꽃 - 유한나


팔 아프겠다

꽃등 치켜들고

밤낮으로 초롱꽃

네님은 길 어두워

못 온 게 아니다

어두운 길이야

별빛같이 희미한

그리움만으로도 

밝힐 수 있는 것

 

 

세상에서 서러운 건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일

달빛 훤히 비춰 와도

너의 등불을 끄지 않는구나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구나

그렇구나 초롱꽃

너는 어두움을 밝히려고

피어 난 꽃이 아니라

사랑을 지키려고

피어났구나.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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