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 문태준

효림♡ 2009. 6. 18. 08:15

*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 문태준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다.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 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 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

 

* 문태준시집[그늘의 발달]-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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