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송이 꽃 곁에 온 - 문태준
눈이 멀어 사방이 멀어지면
귀가 대신 가
세상의 물건을 받아 오리
꽃이 피었다고
어치가 와서 우네
벌떼가 와서 우네
한 송이 꽃 곁에 온
반짝이는 비늘들
소리가 골물처럼 몰리는 곳
한 송이 꽃을 귀로 보네
내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당신의 은밀한 농담들
소리의 침실들, 그러나
끝이 있는 사랑의 악보들
의자를 꽃 가운데 놓고
내 몸에 수의를 입히듯
나 먼저
오래 쓴 눈을 감네
* 문태준시집[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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