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화 시 모음 *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시인 詩 모음 2015.08.18
수련(睡蓮) - 심창만 * 수련(睡蓮) - 심창만 선정(禪定)은 조는 것 풀 끝에서 뿌리로 졸음을 밟고 내려가는 것 내려가 맨발로 진흙을 밟는 것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차지게 뭉개내는 것 물비린내 나도록 발자국을 지우는 것 지운 얼굴 위로 물을 채우는 것 물방개처럼 허우적대지 않고 구름의 실뿌리를 놓아주.. 좋아하는 詩 2012.06.12
채호기 시 모음 * 감귤 - 채호기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도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 가지.. 시인 詩 모음 2010.05.25
정호승 시 모음 2 * 안개꽃 -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 꽃과 나 꽃이 나를.. 시인 詩 모음 2009.09.29
수련 - 송수권 * 수련 - 송수권 가을 물에 뒤집히는 저 연꽃 송이들 보아라 어느 방짜 유깃간 놋쇠 항아리 두들기는 소리가 나는구나 내 몸에서도 물에 젖은 향기가 나 그 향기 하나로 천리 밖까지 날아가서 너의 숨결에 닿고 옥황상제의 집 열 두 대문을 밀고 들어가 댓돌 위의 가지런한 신발도 만나고 .. 좋아하는 詩 2009.07.21
문태준 시 모음 2 * 매화나무의 해산(解産) - 문태준 늙수그레한 매화나무 한 그루 배꽃 같은 꽃 피어 나무가 환하다 늙고 고집 센 임부의 해산 같다 나무의 자궁은 늙어 쭈그렁한데 깊은 골에서 골물이 나와 꽃이 나와 꽃에서 갓난 아가 살갗 냄새가 난다 젖이 불은 매화나무가 넋을 놓고 앉아 있다 * 배꽃 .. 시인 詩 모음 200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