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 모음 * 소금창고 -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 시인 詩 모음 2009.10.29
나희덕 시 모음 * 序詩 -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천장호에서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시인 詩 모음 2009.10.28
이기철 시 모음 *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 시인 詩 모음 2009.09.02
홍해리 시 모음 * 여름, 그 찬란한 허무 - 홍해리 죽음을 앓던 고통도 허무도 뜨거운 태양 앞에선 한 치의 안개일 뿐 또 하나의 허탈과 어둠을 예비하고 폭군처럼 몰고 가는 자연의 행진 가을의 풍요론 황금 하늘을 위해 영혼의 불은 끝없이 타오르고 폭염으로 타는 집념의 숲 무성한 잎들의 요란한 군무.. 시인 詩 모음 2009.07.31
황동규 시 모음 * 빗방울 화석 - 황동규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 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저녁 외로운 공룡이 뻘에 퍼질러 앉아 홑뿌린 눈물 자국 감춘 눈물 방울들이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흔적 남기지 않고 가기 어려우리 길섶 쑥부쟁이 얼룩진 얼굴 몇 점 .. 시인 詩 모음 2009.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