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시 모음 2 * 첫눈 - 박성우 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당기면 .. 시인 詩 모음 2019.12.05
십일월 - 이재무 * 십일월 - 이재무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 좋아하는 詩 2018.11.01
꽃잠 - 김용택 * 꽃잠 - 김용택 저기 저 남산 꽃산에 꽃 되어 가는 길 그대 만나 우리 함께 봄잠 들었네 잠자는 동안 꽃들은 피어나 우리를 덮고 새들은 날아 푸른 하늘 열었네 우리 둘이 꽃산 되어 깊은 잠 잘 때 어린 산 하나 꽃 속을 걸어나와 돌아다니며 놀다가 작은 꽃산 되어 우리 사이에 꽃잠 자네 .. 좋아하는 詩 2015.05.18
웃음의 시간을 엿보다 - 이재무 * 웃음의 시간을 엿보다 - 이재무 서산 마애석불 돌 속에 새겨진 저 웃음이야말로 꽃 아니고 무엇이랴 무늬도 색깔도 냄새도 없는 저 꽃은 그러나 잔물결인 양 온몸에 번지는 웃음 하나로 보는 사람 문득 적막 속에 가둬버린다 저 인화의 웃음 속에는 시간이 출렁거린다 보는 이 가슴에 활짝 천진을 꽃.. 좋아하는 詩 2011.06.24
이재무 시 모음 * 적막, 먹빛으로 번진다 - 이재무 부소산 에돌아가는 강물 퍼서 더운 몸 식히고 탑돌이하며 천 년 묵언 듣는다 흐르는 물 소리쳐 울게 한 마음의 냇가 솟은 돌들의 뼈아픈 시간들을 탑신 흘러내려온 그늘에 담군다 항아리 속 오래 묵힌 간장 같은 적막, 먹빛으로 번진다 * * 감나무 감나무 .. 시인 詩 모음 2009.05.22
봄날은 간다 시 모음 * 봄날은 간다 - 정일근 벗꽃이 진다, 휘날리는 벚꽃 아래서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더라,* 그런 늙은 유행가가 흥얼거려진다는 것, 내 생(生)도 잔치의 파장처럼 시들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늘어진 벚나무 가지 사이로 경축 제40회 진해 군항제 현수막이 보인다 40년이라, 내 몸도 그 세월을.. 시인 詩 모음 2009.03.24
기다림 - 이재무 * 기다림 - 이재무 초겨울 인적 드문 숲속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위태위태한 빨간 슬픔의 홍시 하나의 마음으로 기다린다 아직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생애 꿀꺽 삼켜올 큰 입 가진 임자를 좋아하는 詩 2008.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