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 - 문병란
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 실패가
갑자기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곳
문득 휘파람을 불고 싶은 곳이다
없어진 삼학도에 가서
동강난 생낙지 발가락을 씹으며
싸구려 여자를 바라볼 거나
삼학소주 한 잔을 기울일 거나.
벌거벗은 빈 산
돌맹이 만지며 풀포기 뽑으며
서쪽 끝에 와서
삐비꽃처럼 목을 뽑아 올리다
로빈슨크루소가 되어버린 사람들
실패한 첫사랑이 생각나는 곳이다
끝끝내 바다로 뛰어들지 못한
목포는 자살보다
술맛이 어울리는 곳
술이 취해서 봐도
술이 깨어서 봐도
유달산만 으렁으렁 이빨을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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