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목포 - 문병란

효림♡ 2009. 1. 19. 08:27

* 목포 - 문병란

 

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 실패가

갑자기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곳

문득 휘파람을 불고 싶은 곳이다

 

없어진 삼학도에 가서

동강난 생낙지 발가락을 씹으며

싸구려 여자를 바라볼 거나

삼학소주 한 잔을 기울일 거나.

 

벌거벗은 빈 산

돌맹이 만지며 풀포기 뽑으며

서쪽 끝에 와서

삐비꽃처럼 목을 뽑아 올리다

로빈슨크루소가 되어버린 사람들

실패한 첫사랑이 생각나는 곳이다

 

끝끝내 바다로 뛰어들지 못한

목포는 자살보다

술맛이 어울리는 곳

술이 취해서 봐도

술이 깨어서 봐도

유달산만 으렁으렁 이빨을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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