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옛 시조 모음

효림♡ 2009. 3. 16. 17:29

* 정철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데 물어 보자
막대로 흰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메라

*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

남남으로 생긴 중에 벗같이 믿음을 주랴

나의 그른 일 다 일러주니

이 몸이 벗님 아니면 사람됨이 쉬울까

 

* 황희 
강호에 봄이 드니 이 몸이 일이 많다
나는 그물 깁고 아희는 밭을 가니
뒷뫼에 엄기는 약(藥)을 언제 캐려 하느니
 *
대추 볼 벍은 골에 밤은 어이 듣드리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쟝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 김종서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듸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 집고 셔셔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거시 업세라

* 성삼문

이 몸이 주거 가서 무어시 될고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峯)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야 이셔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 

*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것인들 긔 뉘 따헤 났나니

* 박팽년
금생여수(金生麗水)라 한들 물마다 금이 나며
옥출곤강(玉出崑崗)이라 한들 뫼마다 옥이 나랴
아모리 여필종부한들 님마다 좃츠랴 <육당본 청구영언>

*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있으랴

* 李塏 
방(房) 안에 혓는 촉(燭)불 눌과 이별(離別) 하엿관데
것츠로 눈물 디고 속타는쥴 모로는고
뎌 촉(燭)불 날과 갓하야 속 타는쥴 모로노라

* 유응부
간밤의 부던 바람에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 다 핀 꽃이야 닐러 무엇 하리오

* 원호 
간밤에 우던 여흘 슬피 우러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님이 우러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스리 흐르고져 나도 우러 녜니라

* 왕방연
천만리(千萬里)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 듸 없어 냇가의 안자이다
져 물도 내 안 같도다 우러 밤길 녜놋다 
 
* 성종
이시렴 보듸 갈다 아니가든 못할소냐
무단(無端)히 네 슬터냐 남의 말을 드럿는냐
그려도 하 아달고야 가는 뜻을 닐러라

* 월산대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 봉림대군(효종)
청석령(靑石嶺) 지나거냐 초하구(草河口)이 어드메오
호풍(胡風)도 차도 찰샤 구즌비는무스 일고
아므나 행색(行色) 그려 내여 님 계신 듸 드리고쟈

* 효종  
청강(靑江)에 비 듯는 긔 무어시 우읍관데
만산홍록(滿山紅綠)이 휘드러 웃는고나
두어라 춘풍이 몃날이리 우을대로 우어라

* 농암 이현보
농암애 올아 보니 노안(老眼)이 유명(猶明)이로다
인사(人事)이 변한들 산천이야 가실가
암전(巖前) 모수모구(某水某丘)이 어제 본 듯 하예라 

* 농암 이현보 - 어부가(漁父歌)
청고엽상(靑菰葉上)에 냉풍기(冷風起)하니
홍삼화변(紅蓼花邊) 백경한 백로한(白鷺閑)이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동정호리(洞庭湖裏)에 가귀풍(駕歸風)하리라
지국총 어사와( 於思臥)하니 범급전산(帆急前山) 홀후산(忽後山)이로다 
 
* 金宏弼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 중(細雨 中)에 호미 메고
산전(山田)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牛羊)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다

* 서경덕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느냐
내 늙을 적이면 넨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좇아 다니다가 남우일가 하노라
*
마음이 어린 후(後)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님 오랴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 成石璘 
언충신 행독경(言忠信 行篤敬)하고 주색(酒色)을 삼가면
내 몸에 병이 업고 남 아니 우이나니
행(行)하고 여력(餘力)이 잇거든 학문(學文)을 됴ㅅ차하리라

 

* 황진이
冬至(동지)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산은 녜ㅅ 산이로되 물은 녜ㅅ 물이 안이로다
주야(晝夜)에 흘은이 녜ㅅ 물이 이실쏜야
인걸(人傑)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안이 오노매라
*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소겻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업네
추풍(秋風)에 지는 닙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던가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가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

청산은 내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고

* 기생 구지(求之)
장송(長松)으로 배를 무어 대동강(大洞江)에 띄워 두고
류일지(柳一枝) 휘여다가 굿이굿이 매얏는듸
어듸셔 망령(亡伶)엣 거슨 소(沼)헤 들라 하는이 

* 기생 매화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퓌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퓔동말동 하여라

* 기생 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 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 기생
산촌에 밤이 되니 먼곳의 개 짖어운다
사립을 열고 보니 하늘은 차고 달이 떠 있도다
저 개야 빈 산 잠든 달을 향해 짖어 무엇 하리요

* 계랑(기생 매향)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송순 
곳이 진다 하고 새들아 슬허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곳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난 봄을 새와 므슴 하리오
*
십 년(十年)을 경영(經營)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여 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淸風) 한 간 맛져 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듸 업스니 둘러 두고 보리라
*

풍상(風霜)이 섯거친 나레 갓 피온 황국화(黃菊花)를
금분(金盆)에 가득 다마 옥당(玉堂)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곳이오양 마라, 님의 뜻을 알괘라

* 周世鵬
지아비 밧갈 나간대 밥고리 이고가
반상(飯床}을 들오대 눈섭의 마초이다
진실노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가

* 성운

요순갓튼 님군을 뫼와 성대(盛代)를 다시 보니
태고건곤에 일월이 광화이로다
우리도 수역춘대에 늙은 줄을 모로리라

* 남명 曺植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듣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에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오, 나난 옌가 하노라
*

삼동(三冬)에 뵈옷 입고 암혈(嚴血)에 눈비 맞자
구름 낀 볏뉘도 쐰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 이황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난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그ㅊ지 아니난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 金麟厚
엇그제 버힌 솔이 나락장송(落落長松) 아니런가
적은 덧 두던들 동량재(棟梁材) 되려니
어즈버 명당(明堂)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바티랴

 * 金絿
태산이 높다 하여도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하해(河海) 깊다 하여도 따 우에 물이로다
아마도 높고 깊을 손 성은(聖恩)인가 하노라 
 
* 양사언
태산(泰山)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허
뫼흔 노프나 놉고 믈은 기나 기다
놉흔 뫼 긴 믈에 갈 길도 그지 업다
님 그려 저즌 소매는 어니 저긔 마를고

* 우계 成渾
말 업슨 청산(靑山)이요 태(態) 업슨 유수(流水)로다
갑 업슨 청풍(靑風)이요, 님자 업슨 명월(明月)이라
이 중(中)에 병(病) 업슨 이 몸이 분별(分別) 업시 늙으리라
*

전원(田園)에 봄이 오니 이 몸이 일이 하다
꽃 남근 위 옴김여 약(藥)밧츤 언제 갈리
아희야, 대 뷔여 오나라 삿갓 몬져 결을이라

* 정철   
쓴 나물 데온 믈이 고기 도곤 맛이 이셰
초실(草室) 좁은 줄이 긔 더욱 내 분이라
다만당 님 그린 탓으로 사람계워 하노라
*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고 가자스라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 좀 매어 주마
올 길에 뽕 따다 누에 먹여 보자스라
*

이 몸 허러내어 낸물에 띄오고져
이 울이 울어네여 한강 여흘 되다하면
그제야 님 그린 내 병이 헐할 법도 잇나니
*

소나기 한 줄기미 연잎에 솟드로개
물 묻은 흔적은 전혀 몰라 보리로다
내 마음 저 같아야 덜믈 줄을 모르고져
*

화작작(花灼灼) 범나븨 쌍쌍(雙雙) 유청청(柳靑靑) 꾀꼬리 쌍쌍
날 즘승 귈 즘승 다 쌍쌍 하다마는
엇디타 이 내몸은 혼자 쌍이 없나다

* 정철 - 사설시조 - 장진주사(將進酒辭)
한 잔(盞) 먹사이다 또 한잔 먹사이다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사이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

재 너머 성권롱(成勸農) 집의 술 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롱 겨시냐 정좌수(鄭座首) 왓다 하여라

* 서익
녹초(綠草) 청강상(晴江上)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때때로 머리 들어 북향(北向)하여 우는 뜻은
석양이 재 넘어 감에 님자 글여 우노라

 

* 조헌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
사공(沙工)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난고
석양(夕陽)에 짝 일흔 갈며기난 오락가락 하노매

* 한호
짚 방석(方席) 내지 마라 낙엽(落葉)엔들 못 앉으랴
솔 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산채(薄酒山菜)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이순신
십년 가온 칼이 갑리(匣裏)에 우노매라
관산(關山)을 바라보며 때때로 만져 보니
장부(丈夫)의 위국공훈(爲國功勳)을 어느 때에 드리올고
*
한산셤 달 발근 밤의 수루(戍樓)에 혼자 안자
큰 칼 녀픠 차고 기픈 시름 하난젹의
어듸셔 일성호가(一聲胡茄)난 남의 애랄 긋나니

* 임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
홍안(紅顔)은 어디가고 백골(白骨)만 묻혔느냐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 이항복
철령(鐵嶺) 노픈 峯(봉)에 쉬여 넘는저 구룸아
고신원루(孤臣寃淚)를 비사마 띄어다가
님계신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뿌려본들 엇더리

* 朴仁老
왕상의 리어(鯉魚) 낙고 맹종의 죽순 것거
감든 말이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슬 닙고
일생에 양지성효(養志成孝)를 증자 같이 하리라
*
동기(同氣)로 세 몸되어 한 몸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夕陽) 문외(門外)에 한숨겨워 하노라


* 조홍시가(早紅枾歌)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아니라도 품음즉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이 없으니 글로 설워 하나이다

* 김상용
오동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만은
내 시름 많으니 잎잎히 수성(愁聲)이라
이후야 잎 넓은 나무를 심을 줄이 있으랴

* 신흠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할샤
닐러 다 못닐러 불러나 푸돗던가
진실로 플릴거시면은 나도 불러 보리라
*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무쳐셰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이시리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 김덕령
춘산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
이 몸에 내 없은 불이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 김상헌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쟈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 윤선도
월출산 높더니만 미운 것이 안개로다
천황 제일봉을 일시에 가리는구나
두어라 해 퍼진 뒤면 안개 아니 걷히랴
*
비오는데 들어가랴 사립문 닫고 소나 먹여라
장마가 계속하랴 쟁기와 연장이나 손질하여라
쉬다가 개는날 보아서 사래 긴 밭 갈아라

심심은 하다만은 일없음은 장마때문이고
답답은 하다마는 한가함은 밤과같구나
아이야 일찍이 자다가 동트거든 일어나거라 
*
석양 넘은후에 산기(山氣)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우니 물색(物色)이 어둡는다
아이야 범무서운데 나다니지 말아라 
*
바람분다 창문 닫아라 밤들거다 불을 끄거라
벼개에 누워서 싫도록 쉬여보자
아이야 날이 밝아오거든 나의 잠을 깨워주라
*
환자타 산다하여 그것을 그르다하니
백이숙제의 높은절개를 이런일로 알겠구나
어즈버 사람이야 나쁘랴 해의 운수 탓이로다

* 洪瑞鳳
이별하든 날애 피눈물이 난지만지
압록강 나린 물이 프른 빗치 전혀 업내
배우희 헤여 센 사공이 처음 보다 하더라

 

* 작자미상
천 세(千歲)를 누리소서, 만 세(萬歲)를 누리소서
무쇠 기둥에 꽃 피어 열음 열어 따들이도록 누리소서
그 밖에, 억만 세(億萬歲) 외에 또 만 세를 누리소서

* 작자미상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 작자미상
바람 불으소서, 비 올 바람 불으소서
가랑비 그치고 굵은 비 들으소서
한길이 바다이 되어 님 못 가게 하소서

* 작자 미상
백초(百草)를 다 심어도 대는 아니 심을 것이
젓대 울고 살대 가고 그리는 이 붓대로다
이후에 울고 가고 그리는 대 심을 줄이 있으랴

* 송시열
님이 혀오시메 나는 전혀 밋어더니
날 사랑하든 정을 뉘손데 옴기신고
처음에 뮈시든 거시면 이대도록 셜우랴

 

* 김인후
청산(靑山)도 절로절로 녹수(綠水)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

* 남구만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 김창업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이시며
의원이 병(病) 고치면 북망산(北邙山)이 저러하랴
아희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 이시
가마괴 디디는 곧에 백로(白鷺)야 가디 말아
희고 흰 긷헤 검은 때 무칠셰라
딘실로 거믄 때 무티면 씨을 길히 업사리라

* 김삼현 
공명(功名)을 즐겨마라 영욕(榮辱)이 반(半)이로다
부귀(富貴)를 탐(貪)치 마라 위기(危機)를 밟느니라
우리는 일신(一身)이 한가(閑暇)커니 두려운 일 업세라

* 이정진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산채(山菜)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뭇쳐시니 맵고 쓴 줄 몰래라

*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구나
두어라 알 이 있을 것이니 흙인 듯이 있거라

* 김천택  
강산(江山) 좋은 경(景)을 힘센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分)으로 어이하여 얻을쏘니
진실(眞實)로 금(禁)할 이 없을세 나도 두고 논이노라
*
백구(白鷗)야 말 물어 보자 놀라지 말아스라
명구승지(名區勝地)를 어디어디 보았는다
날다려 자세히 일러든 너와 게 가 놀리라
*
잘 가노라 닷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브데 긋지 말고 촌음(寸陰)을 앗겻슬아
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안이 간만 못한이라
*
전원(田園)에 나믄 흥(興)을 전나귀에 모두 싣고
게산(溪山) 니근 길로 흥치며 도라와셔
아해 금서(琴書)를 다스려라 나믄 해를 보내리라
*
흰구름 푸른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상(秋霜)에 물든 단풍(丹楓), 꽃도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여 뫼 빛을 꾸며 내도다

* 이정보
가마괴 져 가마괴 네 어드로좃차 온다
소양전(昭陽殿) 날빗츨 네 혼자 띄엿신이
살람은 너만 못한 줄을 홀노 슬허 하노라 
*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김수장
한식(寒食) 비 갠 후에 국화 움이 반가왜라
곳도 보련이와 일일신(日日新) 더 죠홰라
풍상이 섯것칠 제 군자절(君子絶)을 픠온다
*
초암(草菴)이 적막(寂蓼)한데 벗 업시 혼자 안자
평조(平調) 한 닙에 백운(白雲)이 절로 존다
언의 뉘 이 죠흔 뜻을 알 리 잇다 하리오

* 구지정
쥐 찬 소로기들아 배부르다 자랑 마라
청강 여윈 학이 주리다 부를소냐
내몸이 한가하야마는 살 못 진들 어떠리

* 박효관
공산(空山)에 우난 접동, 너난 어이 우짖난다
너도 날과 같이 무음 이별하였나냐
아모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하더냐
*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
님 그린 상사몽(想思夢)이 실솔의 넋이 되어
추야장 깊은 밤에 님의 방에 들었다가
날 잊고 깊이 든 잠을 깨워 볼까 하노라

 

* 자모사 - 정인보(1893∼1950)

12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어라
19
어머니 부르올 제 일만 있어 부르리까
젖먹이 우리 애기 왜 또 찾나 하시더니
황천이 아득하건만 혼자 불러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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