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漢詩

消暑八事 -더위를 식히는 여덟가지 방법 - 정약용

효림♡ 2009. 6. 26. 08:06

* 消暑八事 - 정약용

 

* 松壇弧矢 - 송단호시 

兩階升耦楅當中
沈李浮瓜酒不空
紗帳交遮松罅日
布帿正飽栗林風
增開野席容賓雁
且設涼棚學老熊 
總道炎曦消遣好 雪天何必詫鳴弓
 

* 솔밭에서 활 쏘기 

양쪽 계단에 나란히 오르면 살 그릇 중앙에 있고

오얏은 가라앉고 오이는 뜬 술송이 가득한데

비단 휘장으로 소나무 틈의 햇볕 가렸고

과녁의 베는 밤나무 숲 바람에 가득 배가 불렀네

들에 편 돗자리 길손 맞이하게 더 넓게 펴고

서늘하게 시렁매어 늙은 곰 하는 짓 배워본다네

더운 여름도 날짜 보내기 좋으련만

왜 하필이면 추운 겨울에 활쏘기나 과시하려느냐고 모두가 말한다네

 

* 槐陰鞦遷 - 괴음추천 

槐龍一桁偃芳隄
垂下鞦遷兩股齊
直怕巖中飛電掣
忽看天外碧雲低
跼來頗似穹腰蠖
奮去眞同鼓翼鷄
習習涼颸吹四座
不知紅日已傾西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홰나무 큰 가지 방초 언덕에 가로로 누워라 
그넷줄을 드리우니 두 가닥이 가지런한데 

바위 틈을 번개처럼 스쳐 가는 게 두렵고 
하늘 밖의 푸른 구름 나직함도 언뜻 보이네 
굴러서 올 땐 자못 허리 굽은 자벌레 같고 
세차게 갈 땐 참으로 날개 치는 닭과 같아라 
솔솔 부는 서늘 바람이 온 좌석에 불어 오니 
어느덧 뜨거운 해가 벌써 서쪽으로 기울었네
 

 

* 虛閣投壺 - 허각투호 

銅壺兩耳席前平
水閣風松盡日淸
一點丁東銀漏滴
衆聲鏜鎝竹樓鳴
從行二馬成三馬
簇立紅旌雜翠旌

就把激驍要倍算

哄堂一笑太憨生 

* 넓은 전각에서 투호하기 

구리병의 두 귀가 자리 앞에 편평히 놓이고 
물가의 대각엔 솔바람이 진종일 맑아라 
한점 한점씩 뚝뚝 누수 방울은 떨어지고 
뭇 사람들 떠드는 소리는 죽루를 울리는데 
따라가는 두 말이 세 말을 이루기도 하고 
모여 선 붉은 기에 푸른 기도 섞이어라 
격효에 대한 점수는 갑절로 계산하면서 
온 좌중이 떠들썩하게 태감생을 웃는도다 

 

* 淸簟奕棋 - 청점혁기 

炎天瞌睡厭攤書
聚客看棋計未疏

棗核療飢諧者怪

橘皮逃世理耶虛

已忘火傘寧揮麈
思切銀絲且賭魚
對局旁觀均一飽
息機閒話復何如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더운 날에 졸음이 와서 책 보기는 싫어라 
손님 모으고 바둑 구경 그 계책이 괜찮구려 
대추씨로 요기한단 건 해자의 괴담이거니와 
귤 속에서 세상 피한 건 사실인가 거짓인가 
뜨거운 햇볕 잊었는데 어찌 주미를 휘두르랴 
생선회 생각 간절하여 또 고기 내기를 해라 
대국자나 방관자가 똑같이 배부르니 
물욕 끊고 한담이나 나누는 게 어떻겠는가 

 

* 西池賞荷 - 서지상하 

垂柳光風轉碧池
芙蓉顔色使人遲

藐姑氷雪超超想
越女裙衫澹澹姿

一榼兼宜彎象鼻
百花那得妬蛾眉
天心留此娉婷物
靜俟塵脾苦熱時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수양버들 비 뒤의 바람이 푸른 못에 불어라 
부용의 자태가 사람을 머뭇거리게 하누나 
묘고의 빙설에다 생각은 세속을 뛰어나고 
월녀의 치마 저고리에 자태도 얌전하구려 
술 마시기에 알맞은 코끼리코 술잔도 겸하였다네 
온갖 꽃이 어찌 미인을 시샘할 수 있으랴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머물려 두어 
더위로 고통받는 속인을 조용히 기다리었네 

 

* 東林聽蟬 - 동림청선 

紫霞紅露曙光天 

萬寂林中第一蟬
苦境都過非世界 

鈍根淸脫卽神仙
高飄妙唱凌虛步 

哀絲汎壑船
聽到夕陽聲更好 

移床欲近老槐邊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 하늘에 

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

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 

둔한 마음 맑게 초탈해 바로 신선이로세 
묘한 곡조 높이 날려라 허공을 능가하는 듯

다시 애사를 잡아라 바다에 둥둥 뜬 배인 듯 
석양에 이르러선 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와상 옮겨 늙은 홰나무 근처로 가고자 하네 

 

*  雨日射韻 - 우일사운

窶藪詼諧度潦炎 

美人顔色隔重簾

唯知競病全依律 

忽訝戈波半露尖

思路望窮千里目 

疑山撚斷數莖髥

不如自作詩千首 

難字還宣信手拈  

*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구수한 해학으로 장마 염천을 지내노라니

미인의 안색이 겹친 주렴으로 막혀 있는데

경병이 온전히 율격 따른 것만 알았는데

갑자기 과파가 끝을 반쯤 드러냄이 놀랍네

생각을 할 땐 눈으로 천 리를 다 바라보고

의심이 날 땐 두어 가닥 수염을 꼬아 끊나니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시 천 수를 짓고서

어려운 운자를 손 가는 대로 집어 내는 거로세 

 

* 月夜濯足 - 월야탁족

簷排悶送殘陽
素月流輝釣石涼

魯野漁歌愁水濁

晉亭禊事憶蘭香
瀊回欲學隨波鴨
晞挋還如畏濕羊
社友相携渾睡熟
不羞紅旭照藜牀
 

*달밤에 탁족하기

나직한 집에서 걱정 풀고 석양을 보내노니 
하얀 달빛이 낚시터에 비추어 서늘하구려 
노야의 어부가에는 물 흐린 것이 걱정되고 
진정의 계 닦는 일엔 난초 향기가 생각나네 
빙 돌아라 물결 따르는 오리를 배우려 하고 
닦아 말림은 다시 물 싫어하는 염소 같아라 
친구들 서로 이끌고 모두 깊이 잠들었나니

명아주 와상에 아침 해 비우는 것 안 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