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새들이 겨울 응달에
제 심장만 한 난로를 지핀다
두 마리 서너 마리 때로는 떼로 몰리다 보니
새의 난로는 사뭇 따숩다
새들이 하는 일이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거나
두레박질을 게을리하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일,
너무 추워서 옹크리다가
눈꽃 얼음꽃이 제 꽃인 줄 알고
제 꽃의 향기와 색깔을 잊는 일 없도록
나무들의 잠 속에 때맞춰 새소리를 섞어주는 일,
얼어붙은 것들의 이마를 한 번씩
콕콕 부리로 건드려주는 일,
고드름 맺힌 나무들의 손목을 한 번씩 잡아주는 일,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천지의 나뭇가지가 대들보며 서까래다
어디에 상량을 얹고
어디에 문패를 걸겠는가
순례지에서 만난 수녀들이 부르는 서로의 세례명처럼
새들은 서로의 소리가 제 둥지다
소리의 둥지가 따뜻하다
이 아침 감나무에 물까치 떼 왔다 갔을 뿐인데
귀 언저리에 난로 지핀 듯 화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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