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봄 시 모음

효림♡ 2010. 2. 19. 08:07
*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 꽃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은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당신입니다 

 

* 이 꽃잎들 - 김용택  

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 이른 봄 - 고은 

아가
아가
얼음 밑 개울아
버들눈 떠 봄이란다 이제 나 원없이 떠나련다 *

 

*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이 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봄 꽃피는 날 -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 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 

 

* 봄은 왔는데 - 이정하
진달래가 피었다고 했습니다
어느 집 담 모퉁이에선 장미꽃이 만발했다고 합니다
그때가 겨울이었지요, 눈 쌓인 내 마음을
사륵사륵 밟고 그대가 떠나간 것이

나는 아직 겨울입니다
그대가 가 버리고 없는 한 내 마음은 영영
찬바람 부는 겨울입니다 *

 

* 봄밤 - 안도현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 

 

* 봄비 - 안도현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 매화가 필 무렵 - 복효근   
매화가 핀다

 

내 첫사랑이 그러했지

온밤내 누군가

내 몸 가득 바늘을 박아넣고

문신을 뜨는 듯

꽃문신을 뜨는 듯

아직은

눈바람 속

여린 실핏줄마다

핏멍울이 맺히던 것을

하염없는

열꽃만 피던 것을.....

 

십수삼년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이듯

첫사랑이듯 오늘은

매화가 핀다

 

* 진달래 - 신경림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과 잎 꺾이면 뿌리를 그만큼 깊이 박고

가지째 잘리면 아예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흙과 돌을 비집고

더 멀리 더 깊이 뿌리 뻗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피해서 꺾이지 않고

숨어서 잘리지 않으면서

바위너설에 외진 벼랑에

새빨간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 *

* 신경림시집[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랜덤하우스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그대가 별이라면 - 이동순 
그대가 별이라면
저는 그대 옆에 뜨는 작은 별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노을이라면
저는 그대 뒷 모습을 비추어주는
저녁 하늘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무라면
저는 그대의 발들에 덮인
흙이고자 합니다
오, 그대가
이른 봄 숲에서 우는 은빛 새라면
저는 그대가 앉아서 쉬는
한창 물오르는 싱싱한 가지이고 싶습니다 *

 

* 봄 안부 - 강인호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찾아갔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엷어져서는

어느날 푸른빛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속에 스며들었을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무 아래서 당신 생각입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저 분홍빛이 그대와 나

우리 가슴속에 찾아와 머물다 갈런지요
잘 지내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릅답기를 *

 

*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 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 봄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 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 봄날 아침 식사 - 이해인 

냉이국 한 그릇에 봄을 마신다

냉이에 묻은 흙 내음

조개에 묻은 바다 내음

마주 앉은 가족의 웃음도 섞어

모처럼 기쁨의 밥을 말아먹는다

냉이 잎새처럼 들쭉날쭉한 내 마음에도

어느새 새봄의 실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다

 

* 봄일기-입춘에 - 이해인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 *

 

* 봄 햇살 속으로 - 이해인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

 

* 봄 -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든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 봄과 밤 - 오규원
어젯밤 어둠이 울타리 밑에
제비꽃 하나 더 만들어
매달아놓았네
제비꽃 밑의 제비꽃 그늘도
하나 붙여놓았네 *
 
*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 봄길 - 곽재구 
매화꽃이 피면
다사강 강물 위에
시를 쓰고

수선화꽃 피면
강변 마을의 저녁 불빛 같은
시를 생각하네

사랑스러워라
걷고 또 걸어도
휘영청 더 걸어야 할
봄 길 남아 있음이여 

 

* 개나리 - 이은상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지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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