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에 가면 - 조운
산에 가면
나는 좋더라
바다에 가면
나는 좋더라
님하고 가면
더 좋을네라만! *
* 석류(石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
* 채송화
불볕이 호도독호독 내려쬐는 담머리에
한 올기 菜松花 발돋움하고 서서
드높은 하늘 우러러 빨가장히 피었다 *
* 古梅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 석량(夕凉)
볏잎에 꽃힌 이슬 놀랠세라 부는 바람
빨아 대룬 적삼 겨드랑이 간지럽다
예 벌써 정자나무 밑에 시조(時調) 소리 들린다 *
* 파초(芭蕉)
펴이어도
펴이어도 다 못 펴고
남은 뜻은
고국이 그리워서냐
노상 맘은 감기이고
반드시 펴인 잎은
갈갈이
이내
찢어만 지고
눈우에 달이 밝다
가는대로 가고 싶다
이 길로 가고 가면
어데까지 가지는고
먼 말에
개 컹컹 짖고
밤은 도로 깊어져 *
* 불갑사 일광당(佛甲寺一光堂)
窓을 열뜨리니
와락 달려 들올듯이
萬丈 萬綠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꾀꼬리
부르며
따르며
새이새이 걷는다
가다가 주춤
머므르고 서서
물그러미 바래라니
산뜻한 너의 맵시
그도 맘에 들거니와
널 보면 생각하는 이 있어
못견디어 이런다
* 비 맞고 찾아온 벗에게
어젯밤 비만 해도 보리에는 무던하다
그만 갤 것이지 어이 이리 궂이 오노
봄비는 차지다는데 질어 어이 왔는가
비맞은 나뭇가지 새움이 뾰죽뾰죽
잔디 속잎이 파릇파릇 윤이 난다
자네도 그 비를 맞아서 情이 치(寸)나 자랐네 *
바람 쳐불고 비 오든 간밤에
나는 혼자서 울기만 했어요
창에 젖는 빗방울 방울마다
님이 그리워서
나는 혼자서 울기만 했어요
바람소리 빗소리 물소리 속에
밤은 속절없이 깊어 가는데
나는 혼자서 울기만 했어요.
* 구룡폭포(九龍瀑布)
사람이 몇 생(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劫)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金剛)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룔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
* 나올 제 바라봐도
구름은 월출봉에 끊일락 또 이을락
그저 한양으로 나올 제 바라봐도
조수(潮水)는 오르락내리락 영산강구(榮山江口)로구나 *
* 상치쌈
쥘상치 두 손 받쳐 한입에 우겨 넣다
희뜩 눈이 팔려 우긴 채 내다보니
흩는 꽃 쫓이던 나비 울 너머로 가더라 *
* 난초잎
눈을 파헤치고 난초잎을 내놓고서
손을 호호 불며 들여다 보는 아이
빨간 손 푸른 잎사귀를 움켜주고 싶고나 *
* 조운시집[구룡폭포]-태학사
* 조운(曺雲)시인
-1898년 전남 영광 사람, 6.25를 전후해서 월북
-1921년 동아일보에 시 [불살너주오] 발표
-시집 [조운시조집][구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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