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사람의 가을 - 문정희

효림♡ 2010. 11. 1. 09:15

 

*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 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

 

* 문정희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