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장 박 사장이 팔십만원 떼먹고 도망을 안 가부렀냐 축 늘어진 나무 맹키로 가로수 지나다 이걸 안 봤냐. 히밀라야믄 외국이닝께 돈도 솔차니 더 줄 것이다, 안 그냐. 여그 봐라 아야 여그 봐야, 시방 가로수 잎사구에 히말라야 시다 구함이라고 써 잉냐 니는 여즉도 흐느적거리는 시 나부랭이나 긁적이고 있냐 그라지 말고 양희은의 여성시대나 글 보내 봐야, 그라믄 대학고 사 년 대학원 이년 글 쓴다고 독허게 징했으니께 곧장 뽑힐 거시다 거그는 김치냉장고도 준다니께 그나저나 아야 여그 전화 좀 걸어 봐야 누가 시다 자리 구했음 어찌냐 히말라야도 조응께 돈만 많이 주믄 갈란다, 아따 가스나 전화 좀 해 봐야 포돗이 구해온 것이랑께 여그여 여그 볼펜 놔두고, 그려 *
* 히말라야시다 - 세계 3대 공원수에 속하는 나무-한국명:개잎갈나무(설송)
* 새참 - 박형진
- 여봐, 이댁네! 올해도 자네랑 고추밭 비닐 씌운 게 생각나네. 작년 대관네 밭에서 고추 비닐 씌울 때 날은 오사게 뜨겁지 배는 고프지 막걸리는 생각나는디 막걸리는 동네에 없지, 할 수 없이 소주 댓병을 사다가 막걸리마냥 꿀떡꿀떡 마실라고 물을 타서 먹었지 않은가 씨고 싱건지도 모르고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여자 넷이서 그것도 모지라 이홉짜리 한 병을 또 사다 먹었지 안힜어 어디, 지금도 그렇게 맛있을랑가 자! 이놈 물 탔잉게 한번 먹어보소.....
- 옘병 지랄, 아무 맛도 없다 이 잡것아!
* 서울 깍쟁이 - 윤석산
그래설라문에
서울 사람은, 서울 사람은
정말로 깍쟁이가 아니걸랑요
갱상도 전라도 모두 한두 차례씩 세상을 뒤잡고 흔들 때
대통령도 한 번 못 낸 서울, 서울 사람들
그래설라문에
겉똑똑이 속미련이 서울 사람은
정말로 깍쟁이도 못 된답니다
* 옛집은 사투리다 - 문인수
엉퍼드키 엉퍼드키 울어뿔고 싶다
웅굴을 빠져나온 돌캉맨치로 그래
아부지예, 어무이예, 부리미
배껕마당부터 우신에 모지리 적수고 싶다
우묵하이 짓은 풀대 풀 떼 똥근 것들, 장꼬방이 비고
통시 여불데기 담 우락엔 헌 수굼포 한 잘리 서 있다
너그들 오나, 너그들 오나
먼 산 산날망에 먹구름 걸리서
올라카나 말라카나 우쨀라카노 비
매불대 씹은 매분 가심 묽쿠고 싶다
* 노고단 구룸바다 - 복효근
어머이는 또
햇소캐를 조렇게 널지게 페 놓으시고
이불을 지을랑가 보네
가실 내내 산몬당 별밭에서
미영을 따시드만
묶어보낸 논뙈기 밭뙈기 한나 읎이
숟구락 몽텡이 한나 읎이
제금 내보낸 첫째 둘째 셋째 생각에.....
안즉 새복
서리 바람 차운디
넉넉헌 아침 햇살 지대로 퍼져서
시상일 따땃해질 때까장
내 딸내미 내 새깽이 이 시상 왼갖 짐승 새깽이들도
새 이불 펴 덮고서나 꽃잠 자라고
지리산 어머이
섬매이로 혼차 서서
햇소캐를 펴 널고 계신다
햇소캐- 햇솜
산몬당-산마루
미영-목화
제금-분가해 나간
섬매이-섬처럼
* 파도 - 이경림
내사 천날만날 내 혼자 설설 기다가
절절 끓다가 뒤로 벌렁 자빠지다가
엉덩짝이 깨지도록 엉덩방아를 찧어보다가
꾸역꾸역 다시 일어서다가
오장육부 쥐어뜯으며 해악도 부려보다가 급기야는
절벽 같은 세상 지 대가리 찧으며 대성통곡도 해 보지만
우짜겠노 남는 건 뿌연 물보라 뿐인기라
일년하고 삼백날 출렁이지 않는 날 메날이나 되것노마는
그래도 우짜다 함뿍 거짓처럼 바람자고 쨍한 햇살에 바스스
젖은 가슴 꺼내 말리는 날 있어
이 싯푸른 희망 한 둥치 놓을 길 없나니 *
* 비나리 윤씨 전하기를 - 안상학
그 영감 그러데
내 나이 80에 송이 하나 갖고 이 지랄은 처음이여. 내가 이래봬도 50년 전부터 저 산에서 송이를 땄어. 누가 감히 날더러 송이를 따라 마라 해. 제깐 놈이 산을 샀으면 샀지. 난 판 적 없어. 내가 우리 땅, 우리 산에 그놈의 송이 한 뿌리 따지 못한다면 인간도 아니지. 아 썩을 놈의, 그럼, 노루새끼, 토깽이 새끼도 못 들어가게 해야지. 와, 멀쩡하게 두 발로 걸어다니는 놈, 그깐 버섯 하나 따먹는다꼬 지랄은 지랄이여. 내가 이래봬도 50년 전부터 저 산에서 송이를 따먹은 놈인데 시방와서 무슨 훼방은 훼방이야. 50년이 누 아 이름이가. 예끼 놈, 아나 송이 여기 있다!
그 영감, 팔뚝을 내지르는데 거참 힘있데 *
* 효자가 될라카머 -김선굉시인의 말 - 이종문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된다
너거무이 기겁을 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기 와 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된다 *
* 홍조 - 이시영
내산 형수의 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욕이었다. 아침부터 새 샘가에서 쌀을 일다 말고 "저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밤새도록 작은마누래 밑구녕을 게 새끼 구럭 드나들듯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해쌓더니만 새복에 글씨 부엌이서 코피를 한 사발이나 쏟고는 지금 비틀배틀 배틀재로 넘어가는구만" 하고는 돌아서서 코를 팽 풀다가 어린 나를 발견하고는 "아따 데름 오래간만이요 잉" 하며 잔주름이 접히는 상큼한 눈웃음을 웃으면 내 얼굴은 그만 홍조로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
* 겁나게와 잉 사이 -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 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깐 씨알이 백힐 이야글 허씨요
지난봄 잠시 다툰 일을 얘기하면서도
성님, 그라고 봉께 겁나게 세월이 흘렀구마잉!
궂은 일 좋은 일도 겁나게와 잉 사이
여름 모기 잡는 잠자리 떼가 낮게 날아도
겁나게와 잉 사이로 날고
텔레비전 인간극장을 보다가도 금세
새끼들이 짜아내서 우짜까이잉! 눈물 훔치는
너무나 인간적인 과장의 어법
내 인생을 마지막 문장
허공에라도 비문을 쓴다면 꼭 이렇게 쓰고 싶다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
*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정윤천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
* 냅둬유 - 이명수
동학사 왕벚꽃 꽃사대 났슈
꽃보러, 꽃다러 싸게싸게 와유
꽃 몸살 흐드러지다 꽃떨어지네유
냅둬유, 그냥 냅둬유
가던 길 놓치고
산 아래 주저앉아 지는 꽃 보네
박정자 주막거리 꽃진 자리에
할머니들 거나하게 주저앉아
꽃타령 하네
매화타령 끝자락도 시들해진 해질녘
선남선녀 잡것들 함세해 꽃타령 잇네
할머니, 저 꽃이 뭐래유
유식한 것들은 '은방울 꽃' 이란디
육두문자로는 '화냥년속고쟁이가랑이'
저것들이여
아녀유, 저놈은 '며느리밑씻개' 랑께유
계룡막걸리 동이 나도록
며느리밑씻개 깔고 퍼질러 앉았네
날 저무는데, 속고쟁이 가랑이 밑으로
바람 드는데 .....
냅둬유
보거나 말거나
꽃 지거나 해 지거나
잡것들, 그냥 냅둬유
* 밭 - 정우영
암시랑토 않다. 니얼 내리갈란다. 내 몸은 나가 더 잘 안디, 이거는 병이 아녀. 내리오라는 신호제. 암먼, 신호여. 왜 나가 요새 어깨가 욱씬욱씬 쑤신다고 잘허제? 고거는 말이여, 마늘 눈이 깨어나는 거여. 고놈이 뿌릴 내리고 잪으면 꼭 고로코롬 못된 짓거리를 헌단다. 온 삭신이 저리고 아픈 것은 참깨, 들깨 짓이여. 고놈들이 온몸을 두들김서 돌아댕기는 것이제. 가심이 뭣이 얹힌 것 맹키로 답답헌 것은 무시나 배추가 눌르기 땜시 그려. 웃배가 더부룩허고 속이 쓰린 것은 틀림없이 고추여. 고추라는 놈은 성깔이 쪼깨 사납잖여. 가끔씩 까끌허니 셋바닥이 돋는디 나락이여, 나락이 숨통을 틔우고 잪은게 냅다 문대는 것이제. 등허리가 똑 뿐질러진 것맨치 콕콕 쏘아대는 것은 이놈들이 한테 모여 거름 달라고 보채는 거여. 밍그적거리면 부아를 내고 난리를 피우제. 그려, 내 몸이 곧 밭이랑게. 근디 말여, 나가 여그 있다가 집에 내리가잖냐. 흙냄새만 맡아도 통증이 싹 사라져뿐진다. 신통허제? 약이 따로 필요 없당게. 하이고, 먼 지랄로 여태까장 그 복잡헌 디서 뀌대고 있었다냐 후회막심허지. 인자 내 말 알아들었제? 긍게로 나를 짠하게 생각허덜 말그라. 너그 어매는 땅심으로 사는 사람이여. 나가 땅을 버리면 아매도 내 몸뚱이가 피를 토할 거이다. 그러니 내 말 꼭 명심히야 써. 어매 편히 모시겠다는 말은 당최 꺼내지도 마라. 너그 어매 죽으라는 소린게로. 알겄제?
* 정우영시집[집이 떠나갔다]-창비
* 어떤 대화 - 이창숙
ㅡ 아버지
응
ㅡ 자꾸따라와유
뭣이?
ㅡ 바람이유
...바람?! 아무것도읍는디
.....
ㅡ 아버지
응
ㅡ 저기좀봐유
워디?
ㅡ 예산장터가는저산등성이위로구름이달려가잖아유
그려, 우리덜보다먼저가서장구경할라고그러능겨 *
* 이창숙시집[바람 든 무, 내 마음에게]-눈빛
* 센 놈 - 이진수
비얌이 우예 센지 아나
내사마 모르겠다 우예 센 긴데
참말 모르나 그놈이 센 거는
껍데기를 벗기 때문인기라
문디 자슥 껍데기 벗는 거하고
센 거하고 무신 상관이가
와 상관이 없다카나 니 들어 볼래
일단 껍데기를 벗으모 안 있나
비얌이 나오나 안 나오나
나온다카고 그래 씨부려 봐라
그라모 그기 껍데기가 진짜가
시상 새로 나온 비얌이 진짜가
문디 시방 내를 바보로 아나
그기야 당연지사 비얌이 진짜제
맞다 자슥아 내 말이 그 말인기라
껍데기 벗어던지고 진짜 내미는 놈
그런 놈이 센 놈 아이겠나
넘 몰래 안창에다 진짜 감춘 놈
그런 놈이 무서븐 거 아이겠나
어떻노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
고마 확 센 놈 한번 돼 보까 *
* 이진수시집[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시와시학사
* 파리 - 이정록
충청남도 광천장(場)에서 출발하는 천북행 시내버스 운전사는 버스 안에 파리가 많아 골치다. 경로우대권 한 명 탈 때마다
등짝에 무임승차로 댓 마리씩 올라타기 때문이다. 운전사가 파리채를 휘두르자 노인들이 말한다.
"그냥 놔두시게 기사 양반. 그놈들도 광천장에 왔다 가는 겨."
운전사가 대꾸한다.
"다들 데리고 타셨다가 슬그머니 떼놓구 내리시니 죽겄슈. 저번 장날 것두 다 못 잡었슈. 잘 보면 집이 것두 있을뀨.
낯익은 놈 있으면 인사들이나 나눠유."
"예끼 이 사람, 보니께 자네 등허리가 파리들한테는 아랫목이구먼. 우리야 손님들인디 자네 식솔들을 면면 알 수 있간디."
* 이정록시집[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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