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할머니의 유모차

효림♡ 2011. 1. 25. 21:32

* 한평생 -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도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도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 흰꽃 - 김종길     
여기는 지금 초여름
그 흔해빠진 아카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찔레며 조팝나무며 이팝나무
그리고 이웃집 담장 안의 불두화까지

모두들 녹음을 배경하여
흰 꽃을 소담하게 피웠다가
더러는 벌써 지기 시작하네

흰 꽃은 늙은이들
또는 죽은 이들에 어울리는 꽃
올해는 나 혼자 이곳에 남아

그 꽃을
보네 *

 

* 봄꽃 - 류외향  

봄 햇살에 묶여 나온 노인들

팽팽하게 공중을 잡아당기는 한낮의 햇살 아래

종묘 공원 가득 메운

생로병사의 인간사가 졸음에 겨워

무엇을 더 내다 말릴 것이 있을까

집 밖에 내어 놓은 화분처럼

육신의 빗장을 풀어

반쯤 감긴 눈꺼풀과 반쯤 열린  입에서

흘러내리는 마른 시간들

 

저들 일찍이 아이의 몸을 받아 세상에 왔는데

텅 빈 입속 동굴처럼 텅텅 메아리 울리던 입속에서

기적처럼 옹아리가 새어 나와

그래, 봄이 거기서 태어났구나

봉오리 왁자지껄 벌어지는 봄꽃이 거기 있구나

먼지 낀 시야  한없이 부유하는 햇살에 묶여 중얼거리는데

황사바람 먼저 도착하는 봄은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데..... *


* 할머니의 유모차 - 안도현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
허리 굽은 할머니가
아기도 젖병도 없이
손가방 하나 달랑 태우고 가고 있다
이 유모차를 타던 아기는
올 봄에 벌써 1학년이 되었다
아기 손목이 굵어지는 동안
할머니 손등은 더 쪼글쪼글해지고
아기 종아리가 통통해지는 동안
할머니의 키는 더 작아졌다 


오늘은 유모차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고 있다 *

 

* 할머니의 유모차 - 김회자 
구순쯤 되신 할머니가 간다
허름한 유모차에 종이박스를 싣고
구부정한 허리에
종일 모은 종이박스를 고물상에 팔고
썩은 나무뿌리 같은 손에 이천 원이 쥐어졌다
라면 두 봉지를 사고
종이박스를 실었던 유모차에
남편인 듯한 할아버지를 태우고 간다
한 세기가 집으로 가고 있다 *

 

* 유모차 - 김연종 

찌그러진 유모차를 끄는
노파가 있다
새벽시장 갈 때도
노인정에 나갈 때도
늘 유모차와 동행한다
할머니와 유모차 사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손주 놈도
제 몸의 추를 스스로 다스리면서
유모차 밖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이제 빈 유모차와 노파 사이 기울어진 추를
벽돌 두 쪽이 대신하고 있다
벽돌 대신 간혹 무 다발을 싣고
리어카보다 더 빠르게
찌그러진 유모차를 끌고 있는
노파가 있다 *

 

* 유모차 - 김승강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가신다
유모차는 비었다
따뜻한 봄날이다
미풍이 불고 있다
죽기 싫은 날이다
할머니 발걸음은 가볍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유모차 바퀴가 구름 위에서
도르륵도르륵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굴러간다
가벼운 봄날이다
얼마 전부터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하느님이 리어카에 거름을 가득 싣고
유모차 뒤를 따라가고 있다 *

 

* 유모차와 할머니 - 반칠환    

지하 셋방 혼자 사는 할머니, 유모차 끌고 골목길 돌아오신다. 지

팡이 짚고 두둠두둠 오던 길 돌돌돌 굴러 오신다. 속 깊은 손녀 같은

유모차가 깡마른 어깨 내어준다. 웬일로 손주들이 오셨나? 오로로

까꿍 대신 단풍 손바닥 대신 낯선 손주들 까르르 웃음 터트린다.천

원에 세 개짜리 겉늙은 오이 삼 남매가 허리 꼬부리고 웃는다. 앞이

마 훤한 장군 애호박이 옹알이한다. 손두부 옆 막걸리 한 병이 출렁

출렁 웃는다. 너털웃음 웃던 낮달의 턱이 빠진다. 일용할 손주들 태

운 구불구불 할머니 절름절름 가신다. 오물오물 웃으며 자장가 부르

신다. 둥개둥개 우리 아기 서울 길로 가다가 암탉한테 채이고 수탉

한테 채여서...... 없는 손주 앞세워 없는 세상으로 가신다. 봄눈처

럼 왔다가 가을서리처럼 가신다. 두부장수 화물차 딸랑딸랑 마지막

골목으로 들어간다. 숯덩이 같은 그믐달밤 요람처럼 흔들린다

 

* 유모차는 힘이 세다 - 이정록 
새벽에는 생수통을
아침 먹은 다음엔 공병과 종이박스를
가득 채우며 할머니의 유모차가 간다
새로이 태어난다 믿는 한, 저것은 슬픔의 보행이 아니다
유모차를 타기만 하면 껍데기도 알맹이가 될 수 있다
믿는 한, 저 광경은 욕된 노동이 아니다
하지만 유모차를 끌 때가 생의 꽃이라고
할머니의 팔뚝 속 고래심줄에게
껍데기를 뱉어낸 빈 병과 종이박스에게 말할 수 있겠나
빈 박스에 파묻혀 앞이 안 보여도
밤눈 밝은 할머니의 유모차는 골목길을 쓸고 간다
맨 처음 유모차에 앉았던 아기가
구름을 열고 나오는 저 보름달이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지 말고!
생수통처럼 철벅거리는 보름달, 아
유모차의 전조등이 먼 하늘에 떠있다 

 

* 나도 저렇게 - 서정홍 
햇볕 잘 드는
낮은 언덕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누렇게
늙어 가는 호박처럼

나도 저렇게
늙어 가고 싶다

얼마나
편안하게 보이냐?

모난 데 하나 없이
둥글게 둥글게 

 

* 행복한 하루 - 김강호   
자벌레
걸음으로
술 사 오시는
할아버지
가시는데
반나절
오시는데
반나절
마중 온
할머니 보고
웃는데 또
반나절 *


* 끗발 - 이수익 
만원으로 불룩해진 시내버스에
빈자리 하나 생겼네 
빈자리 앞엔 두 사람
40대 남자와 50대 남자 
서로 먼저 앉으려다 잠시 멈칫하며
화툿장 끗발 재듯
상대편 얼굴 바라보네 
그래, 40대가 죽고 50대가 앉으려는데
바로 그 순간
느닷없이 끼여드는 패(牌)가 있었네 
꽉 찬 승객 틈을 비집고 재빨리
빈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머릿결이 온통 새하얀 70대 할머니 
우와, 장땡이다!
두 남자는 그만 꼼짝 못하고
물러났네 

* 너는 늙지 마라 - 이생진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도 미안한데
피곤한 젊은이의 자리까지 빼앗아
미안하다

'너도 늙어봐라'


이건 악담이다

아니다
나만 늙고 말 테니
너는 늙지 마라
늙으면 서러운 게
한두 가지 아니다
너는 늙지 마라 
*

 

* 봄날 오후 - 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 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그·러·바·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
* 김선우시집[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비

 

* 저녁답 - 정수자 

손수레 바투 쥐고 숨 고르던 할머니

잠시 한눈 판 동안 깜짝 켜진 초록에

한 생이 다 지나갈 듯 허위허위 내닫는다

굽은 허리 한껏 펴고 길을 당겨 보지만

패 한 번 못 잡고 허둥거린 일생처럼

반 넘어 가기도 전에 신호를 또 놓친다
하지만 지는 해가 산맥은 못 넘으랴
밀려오는 차들을 점호하듯 세워둔 채
느긋이 길을 건넌다, 광배 같은 노을길을 *
* 정수자시집[저녁의 뒷모습]-고요아침

 

* 벽돌 한 장 - 배영옥 
유모차 안에 갓난아기도 아니고
착착 쌓은 폐지꾸러미도 아닌
벽돌 한 장 달랑 태우시고 가는 할머니
제 한 몸 지탱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무게가
벽돌 한 장의 무게라는 걸까
붉은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느릿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겨다니는 유모차 할머니
너무 가벼운 생은 뒤로 벌렁 넘어질 수 있다
한평생 남은 것이라곤 벽돌 한 장밖에 없다는 듯이
허리 한 번 펴고 더 굽어지는 할머니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고이고이 모셔 간다 *

 

* 나무인간 2 - 권혁웅 
방금 골목길을 돌아 나온 목피(木皮)를 보았다 유모차에 폐지를 싣고 가는 저 할머니, 나무가 되어가는 손으로 나무아기를 거두신다 칭얼대던 2009년생 경향신문이 금세 얌전해진다 나무족(族)들의 하루가 시작이다 햇빛의 삼투압은 여전해서 얼굴을 쓰다듬으면 혈관 있던 자리에서 펄떡이는 물관이 만져진다 옹이 같은 입은 걸친 게 없어서 깊고 다정한 소리를 낸다 버섯은 생목에서만 자라는 법, 검버섯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 양지바른 곳으로 뿌리를 옮기는 데 75년이 걸렸구나 그래도 차들 무서운 줄은 알아서 할머니, 길을 건널 때만 엉금썰썰이다

 

* 늙은 여자 - 최정례

한때 아기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한때 종달새였고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가 빠졌다
한때 연애를 하고
배꽃처럼 웃었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늙은 여자가 되었다
무너지는 지팡이가 되어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채송화처럼 종달새처럼
속삭였었다
쭈그렁 바가지
몇 가닥 남은 허연 머리카락은
그래서 잊지 못한다
거기 놓였던 빨강 모자를
늑대를
뱃속에 쑤셔 넣은 돌멩이들을
그녀는 지독하게 목이 마르다
우물 바닥에 한없이 가라앉는다
일어설 수가 없다
한때 배꽃이었고 종달새였다가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제 늙은 여자다
징그러운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늙은 주머니다 *

* [시가 내게로 왔다 3]-마음산책

 

* 할머니 편지 - 이동진  

느그들 보고 싶어 멧 자 적는다.

추위에 별 일 없드나

내사 방 따시고

밥 잘 묵으이 걱정 없다.

건너말 작은 할배 제사가

멀지 않았다.

잊아뿌지 마라

몸들 성커라.

 

돈 멧 닢 보낸다.

공책사라. *

 

* 문병가서 - 유안진

밤비에 씻긴 눈에

새벽별로 뜨지 말고

천둥번개 울고 간 기슭에

산나리 꽃대궁으로 고개 숙여 피지도 말고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가 좋아요

 

이 모양 초라한 대로 우리

이 세상에서 자주 만나요

앓는 것도 자랑거리 삼아

나이만큼씩 늙어가자요 *

 

* 파 할머니와 성경책 - 최동호 
추석 대목 지나 발걸음
한산한
돈암동 시장 골목길
느른한 정적이 감도는 하오,
검은 가죽 표지
성경책 바로 옆에 펼쳐 놓고
파뿌리처럼 쓰러져 잠든 할머니
대문짝 활자가
돋보기안경에 넘칠 만큼 가득해,
앙상한 팔다리 웅크린
할머니, 하늘의 품에
안겨, 기도하다 잠든 아기처럼 포근하다 * 

 

* 먼 길 - 이원규

돌담 위의 굴뚝새야

앞 도랑의 버들치야//

강 건너

산 넘어 간다고

발 동동 구르지 마라//

그곳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한번 가보는 것이다//

저승길이 대문 밖이니

인연이 다했다고

발 동동 구르지 마라//

먼저 가서

기다리는 사람들

저 세상에

더 많지 않겠느냐 * 

 

* 저녁 - 엄원태 
비 그치자 저녁이다 내 가고자 하는 곳 있는데, 못 가는 게 아닌데, 안 가는 것도 아닌데, 벌써 저녁이다 저녁엔 종일 일어서던 마음을 어떻게든 앉혀야 할 게다 뜨물에 쌀을 안치듯 빗물로라도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리라, 하고 앉아서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저녁이다 종일 빗속을 생각의 나비들, 잠자리들이 날아다녔다 젖어가는 날개 가진 것들의 젖어가는 마음을 이제 조금은 알겠다, 저녁 되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늙어가는 어떤 마음과 다름없는 것을..... 뽀얗게 우러나는 마음의 뜨물 같은 것을……비가 그 무슨 말씀인가를 전해주었나보다 *

 

* 낡은 유모차와 할머니 - 장대송 

이 골목의 아침은 자기 말만 늘어놓고 슬그머니 사라진 흔적들이 나뒹굽니다. 고되고 고된 것들이 뱉어낸 구겨진 말들, 조합해보려고도 했지요. 구겨진 담뱃갑, 카드 영수증, 무가지 뭉치, 대리운전 광고물, 정말이지 지나가고 싶지 않은, 사라지기도 뭐한 좁음과 넓음, 허허벌판, 어디 감당이나 하겠는지요.

담뱃갑을 굳이 구겨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눈을 슬쩍 감으면 이 허접한 곳은 그대가 살던 곳, 이미 사라진 길을 낡은 유모차를 끄는 할머니가 지나가곤 합니다. 어떤 예쁜 당나귀가 타고 다녔는지 할머니는 가만히 밀고 와서는 전봇대 표시판에 끼인, 배수구에 반쯤 걸린, 불법 주차된 차의 윈도 블러시에 걸어놓은 허접한 것들을 수거해가곤 합니다.

일용할 양식. 할머니의 낡은 유모차에 실린 미치도록 가벼운 것들은 정말이지 일용할 양식이겠지요. 골목은 다시 좁음과 넓음, 허허벌판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린이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귀걸이를 한 여자와 다크 서클이 얼굴 전체로 흘러내리는 남자가 서로 바라보듯 허허롭기만 한데요. 저승 같기도 하고 이승 같기도 하고 산처럼 멈춰 있기도 한 이 뒤숭숭한 골목을 어떻게 지나가야 잘 지나갔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가당치도 않은 이 한평생.

* 깊고 길게 바라보았다 - 황동규

임실인가 순창인가 길 양편에 나와

한창 태 내고 있는 꽃들에 한눈팔며 천천히 달리다

길 한가운데로 당당히 걸어오는, 

손끝이 거의 땅에 닿도록 허리 굽었으나

조금도 두리번대지 않던 노인,
눈길 서로 닿지 않아 몸끼리 맞닿을 뻔한 노인,
그가 차 바로 앞에서 걸음 멈추고
나를 향해 천천히 수직으로 허리를 들었다.
그의 흰 눈썹이 빛났다.

나는 깊고 길게 그를 바라보았다.
 

봄 하늘에 차를 세우고 한참 마음속에 잠긴다. *

* 황동규시집[겨울밤 0시 5분]-현대문학

 

* 할머니의 봄날 - 장철문   
볕 아깝다
아이고야 고마운 이 볕 아깝다 하시던
말씀 이제사 조금은 알겠네
그 귀영탱이나마 조금은 엿보겠네
없는 가을고추도 내다 널고 싶어하시고
오줌장군 이고 가
밭 가생이 호박 몇구덩이 묻으시고
고랫재 이고 가
정구지 밭에 뿌리시고
그예는
마당에 노는 닭들 몰아 가두시고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먹감나무 장롱도
오동나무 반닫이도 다 열어젖히시고
옷이란 옷은 마루에
나무널에 뽕나무 가지에 즐비하게 내다 너시고
묵은 빨래 처덕처덕 치대
빨랫줄에 너시고
그예는
가마솥에 물 절절 끓여
코흘리개 손주놈들 쥐어박으며 끌어다가
까마귀가 아재, 아재! 하고 덤빈다고
시커먼 손등 탁탁 때려가며
비트는 등짝 퍽퍽 쳐대며
겨드랑이 민둥머리 사타구니 옆구리 쇠때 다 벗기시고
저물녘 쇠죽솥에 불 넣으시던 당신
당신의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렸네
당신 산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기슭에는
가을에 흘린 비닐 쪼가리들 지줏대들 태우는 연기 길게 오르고
이따금 괭잇날에 돌멩이 부딪는 소리 들리겠네
당신의 아까운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려 저 혼자 마르고 있네 *

* 장철문시집[산벚나무의 저녁]-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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