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기도(祈禱) 시 모음

효림♡ 2011. 2. 1. 09:33

* 기도(祈禱) - 김상용 

님의 품 그리워
뻗으셨던 경건(敬虔)의 손길
거두어 가슴에 얹으심은
거룩히 잠그신 눈이
모습을 보신 때문입니다 *

 

* 기도 - 최창균 

나는 무릎 꿇지 않네

무릎 시려오고

무릎 쑤셔오는

내 삶에게나 꿇으면 꿇지

나는 아무에게나 무릎 꿇지 않네

그러나 어찌하여 

오늘 나는 이 무릎을 데리고 나가

 

무릎이 해지도록 꿇고

또 함부로 꿇고는 있지

들에 나가

초록에게나

한없이

한없이 * 

 

* 기도(祈禱) -항상 나의 옆에 있는 그림자
그리고 전연(全然) 나의 옆에는 없는 그림자  - 조지훈
무너져 가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쓰러지려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얼마나 많은 시간(時間) 속에
새겨진 모습 입니까.

찢어진 심장(心臟)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가난한 눈물로 하여
영 시들어버릴 수가 없는

이 서러움의 싹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나를 위하여 기도하는
당신의 그 음성(音聲) 속에


나를 살게 하여 주십시오.
나를 잠들게 하여 주십시오. *

* 기원 - 이정하 

이 한세상 살아 가면서

슬픔은 모두 내가 가질테니

당신은 기쁨만 가지십시오  

고통과 힘겨움은 내가 가질테니

당신은 즐거움만 가지십시오


줄 것만 있으면 나는 행복하겠습니다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

 

* 나무 기도 - 정일근   

새해에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린 너무 빠른 속도다 세상은

달려갈수록 넓어지는 마당 가졌기에

발을 가진 사람의 역사는

하루도 편안히 기록되지 못했다

그냥 나무처럼 붙박여 살고 싶다

한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어린 자식 기르며 말씀 빚어내고

빈 가지로 바람을 연주하는 나무로 살고 싶다

사람들의 세상은 또 너무 입이 많다

입이 말을 만들고 말이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분노를 만들고 분노는 적을 만들고

그리하여 입 속에서 전쟁이 나온다

말하지 않고도 시를 쓰는 나무의 은유처럼

온몸에 많은 입을 달고도

진실로 침묵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침묵으로 웅변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삶은 베풀 때 완성되느니

그늘 주고 꽃 주고 열매 주는 나무처럼

추운 아궁이의 뜨거운 불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람의 따뜻한 가구가 되는 나무처럼

가진 것 다 주는 나무로 살고 싶다

새해에는 그대를 위한 나무가 되고 싶다

그대는 나를 위해 나무가 되어다오

우리 나무와 나무로 만나 숲을 만들자

그런 사랑이 만드는 새로운 숲이 되자 *

* 정일근시집[오른손잡이의 슬픔]-고요아침

 

*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 이문재시집[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 작은 기도 - 정호승 
누구나 사랑 때문에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게 하소서
누구나 그리운 사립문을 열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하늘의 별과 바람과
땅의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고
말할 때와 침묵할 때와
그 침묵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작은 빈 손 위에
푸른 햇살이 내려와 앉게 하소서
가난한 자마다 은방울꽃으로 피어나
우리나라 온 들녘을 덮게 하시고
진실을 은폐하는 일보다
더 큰 죄를 짓지 않게 하소서 *

 

* 도전수대비가(禱千手大悲歌) - 희명 
무릎을 곧추며
두 손 모아
천수관음 전에
빌며 기구합니다
천개 손에 천개 눈을
하나를 놓아 하나를 덜어
둘 다 없는 내라
하나나마 그으기 고쳐주소서
아으, 내게 베풀어 주시면
두루두루 쓰올 자비여 얼마나 큰고! *

 

* 남해 보리암에서 - 김원각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

 

* 기도 - 이정록   

한겨울 연못 연밥 본다

그을린 가마솥 본다 저게 연의 가슴이구나

눈보라가 밥물을 잡자 살얼음이 가늠한다

낱알마다 다시 작은 솥단지가 하나씩이다

 

연잎과 연꽃이 우러러 받든 하늘

그 하늘의 휘파람을 겨우내 끓이면 봄이 온다

진흙공책에다 고개를 꺾는 복학의 계절이다

이곳저곳에 밑줄을 긋지 말자

꺾인 연밥의 고개를 세우고 상처를 쓰다듬는다

이렇듯 밑줄은 단 한 번만 긋는 것이다

 

끝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마침표부터 찍는다

기도는 그 마침표에서 싹을 꺼내는 것

꽃과 밥은 언제나 무릎에 주시었나니

두 무릎에 연꽃이 필 때까지 * 

* 이정록시집[정말]-창비

 

* 어머니의 기도 - 모윤숙 

노을이 잔물지는 나무가지에
어린새가 엄마찾아 날아들면
어머니는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山위 조그만 성당안에 촛불을 켠다
적은 바람이 성서를 날리고
그리로 들리는

멀리서 오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
아들은 어느 山脈을 지금 넘나보다
쌓인 눈길을 헤염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보다
쌓인 눈길을 헤엄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보다
애달픈 어머니의 뜨거운 눈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보인다
主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

 

* 기도 - 황동규 
1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 인적이 드문, 모든 것이 서로 소리 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처럼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은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강변을 보여주면은 나는 거기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2
내 꿈결처럼 사랑하던 꽃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막막함 그 해방감을 나의 것으로 받으소서.  
나에게는 지금 엎어진 컵
빈 물주전자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닫혀진 창  
며칠 내 끊임없이 흐린 날씨
이런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곤 세 명의 친구가 있어
하나는 엎어진 컵을 들고
하나는 빈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는 흐린 창밖에 서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소서
이들에게서 잠깐잠깐의 내 이야기를 들으소서.  
이들에게서 막막함이 무엇인가는 묻지 마소서.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기소서.


3
한 기억 안의 방황
그 사방이 막힌 죽음
눈에 남은 소금기
어젯밤에는 꿈 많은 잠이 왔었다.  
내 결코 숨기지 않으리라
좀더 울울히 못 산 죄 있음을. 

 
깃대에 달린 깃발의 소멸을
그 우울한 바라봄, 한 짧고 어두운 청춘을
언제나 거두소서
당신의 울울한 적막 속에. *

* 황동규시집[삶을 살아낸다는 것]-휴먼앤북스

 

* 기도 1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 가을의 기도 - 김남조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당신 앞에 벌받던 여름은 가고
기도와 염원으로 내 마음을 농익는
지금은 가을 
 

 

노을에 젖어 고개 수그리고
긴 생각에 잠기옵느니
여기 이토록 아름차게 비워진 나날
가을엔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기도드리게 하옵소서  

 

바람 속에서
바람에 불리우다 불현듯 더워오는 눈시울
주체할 길 바이 없느니
이제금 홀로인 그 분과 나와
가을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사랑하게 하옵소서

 

경건히 보다 경건히
적요의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는
계절은 가을  

 

신이시여
당신과 나 사이에
그분과 나 사이에
한 아름의 들국화를 두게 하옵소서
보라빛과 흰빛의 소담스런 국화가
피어도 있고 피면서도 있게 하옵소서  

 

가을은 돌아가는 계절
푸른 하늘 아래
나도 몰래 내가 멈춰서는 계절


문득 멈춰서서 다시 보면
나는 혼자인 나
가을은 저마다 혼자인 계절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 아이들을 위한 기도 - 김시천 
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한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그처럼 있게 해주소서
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
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
겸허히 서게 해주소서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
알게 하소서
위선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진실로써 추하기를 차라리 바라오며
아이들의 앞에 서는 자 되기보다
아이들의 뒤에 서는 자 되기를
바라나이다
당신에게 바치는 기도보다도
아이들에게 바치는 사랑이 더 크게 해주시고
소리로 요란하지 않고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깨우쳐주소서
당신이 비를 내리는 일처럼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을 일러주시고
아이들의 이름을 꽃처럼 가꾸는 기쁨을
남 몰래 키워가는 비밀 하나를
끝내 지키도록 해주소서
흙먼지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들을 결코 배반하지 않게 해주시고
그리고 마침내 다시 돌아와
그들 곁에 순한 바람으로
머물게 하소서
저 들판에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우리 또한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할 뿐입니다
저 들판에 바람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들의 믿음을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

 

* 스승의 기도 - 도종환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 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갯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 어머니의 기도 - Abraham Lincoln    

어머니의 기도를

나는 기억한다 

그 기도는 항상

나를 따라 다녔다

내 평생동안

그 기도는 나에게

꼭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

I remember my mother's prayers
and they have always followed me.
They have clung to me all my life.

 

* 자녀를 위한 기도문 - 더글라스 맥아더 
저의 자식을 이러한 인간이 되게 하소서 
약할 때 자기를 잘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 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며 온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를 요행과 안락의 길로 인도 하지 마시고
곤란과 고통의 길에서 항거 할줄 알게 하시고
폭풍우 속에서도 일어 설줄 알며
패한자를 불쌍히 여길 줄 알도록 해 주소서 

그의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목표는 높게 하시고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게 하시며
미래를 지향하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게 하소서 

그 위에 유모어를 알게 하시어
인생을 엄숙히 살아 가면서도
삶을 즐길 줄 아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너무 들어내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한데 있다는 것과
참된 힘은 너그러움에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그의 어버이인 저는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았노라고
나직이 속삭이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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