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효림♡ 2011. 3. 17. 10:15

*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 김시천  

늙은 매화나무 아래서 백발 노옹 한 말씀 하신다

내가 평생 거름 져 날라 살렸더니 저도 나를 먹여살리네요

그 말씀 꽃보다 향기롭고 열매보다 실하구나

늙은 매화나무 아직 정정한 꽃 피는 봄날 *

 

봄꽃을 보니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

 

박달재 아이들 3 -성배 

성배는 흔히 하는 말로 지진아다

성배의 평균 점수는 대개 20점 미만이다

그래도 성배는 제 답안지에 번호 이름을

꼬박꼬박 적어서 내고

0점을 받아도 남의 걸 훔쳐 쓰진 않는다

가끔, 보다 못한 감독 선생님이 슬그머니 답을 알려 주어도

성배는 결코 그 답을 받아쓰는 일이 없다

그냥 틀리고 만다

그런 성배 녀석이 좋다

공부 못한다고 아무도 성배를 나무라지 않는다

애당초 시험 점수하고 성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우리가 그렇게 기를 쓰며 배워야 할 게

또 무어란 말인가

성배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착하고 정직한 성배의 눈을 볼 때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일 말고

진정 우리에게 중요한 게 또 무언가라고. * 

 

* 가을편지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 속 숲에도
단풍이 들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 편지 2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거였구나

우표딱지에 혀를 내밀고 침을 발라 꼬옥 눌러 붙이는
그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손놀림 하나가
내가 사는 세상의 가장 즐거운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것은 언제나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장 흔한 일이었으므로
이제 그 흔한 일로 인하여 나는 그대와
그대와 내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으므로

그대가 사는 곳의 주소가 항상 그대로여서
바뀌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 [사랑합니다 안녕]-고려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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