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엉겅퀴꽃 - 양채영

효림♡ 2011. 8. 19. 09:16

* 엉겅퀴꽃 - 양채영   

봄눈 녹은 물에  

마른 겨울풀 뿌리를  

씻고 있으면  

솜털마다 돋아나는  

생기.  

저 후미진  

논두렁 밑 일어나는  

아지랭이 속을  

몰래 넘겨다 보는  

실팍한 엉겅퀴꽃. *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 노새야 

노새야.

새끼도 낳지 못하는

노새야.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똥 한번

제대로 누지 못하는

노새야.

털 빠진 가죽

등 허리로

힝 힝 우는

노새야.

노새야.

父母의

다른 얼굴 틈으로

뻘뻘

땀만 흘리고 가는

노새야.

사람 없는

江가에서

억새풀이나

이가 시리도록

뜯어 먹어라

노새야. *

* 양채영시집[노새야]-문학아카데미

 

* 풀 냄새 

사내애들은
토끼풀꽃시계를 차고
새로 쌓아 올린
돌담밑에 모여서
너는나고나는너다나나는너고너는나다.
돌맹이 쌓인
흉내를 내고 있다.
아까시아 꽃목걸이를 한
계집애들이
저의 치마통만한
붉고 푸른 바람들을 데불고
돌담들을 넘나들고 있다.
사내애들이 태어난

풀밭에 풀꽃들은 터져서

한 두 아름 살찐 바람이 되고

찬란한 모자가 되어 있다. *

* 양채영시집[노새야]-문학아카데미

 

* 개망초꽃 

묵밭에는 쑥구기가 울었다.

화전민이 떠나고

개망초꽃들이 꾸역꾸역 피었다.

일원짜리 백동전 만한

개망초꽃들이 떼지어 모인 곳엔

개망초꽃 향기가

산맥의 구름보다 일렁거렸다.

쓸쓸히 떠돌아 간 것이

유월 장마 같기도 하고

죄없는 혼백 같기도 하여서.....*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