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겅퀴꽃 - 양채영
봄눈 녹은 물에
마른 겨울풀 뿌리를
씻고 있으면
솜털마다 돋아나는
생기.
저 후미진
논두렁 밑 일어나는
아지랭이 속을
몰래 넘겨다 보는
실팍한 엉겅퀴꽃. *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 노새야
노새야.
새끼도 낳지 못하는
노새야.
아무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똥 한번
제대로 누지 못하는
노새야.
털 빠진 가죽
등 허리로
힝 힝 우는
노새야.
노새야.
父母의
다른 얼굴 틈으로
뻘뻘
땀만 흘리고 가는
노새야.
사람 없는
江가에서
억새풀이나
이가 시리도록
뜯어 먹어라
노새야. *
* 양채영시집[노새야]-문학아카데미
* 풀 냄새
사내애들은
토끼풀꽃시계를 차고
새로 쌓아 올린
돌담밑에 모여서
너는나고나는너다나나는너고너는나다.
돌맹이 쌓인
흉내를 내고 있다.
아까시아 꽃목걸이를 한
계집애들이
저의 치마통만한
붉고 푸른 바람들을 데불고
돌담들을 넘나들고 있다.
사내애들이 태어난
풀밭에 풀꽃들은 터져서
한 두 아름 살찐 바람이 되고
찬란한 모자가 되어 있다. *
* 양채영시집[노새야]-문학아카데미
* 개망초꽃
묵밭에는 쑥구기가 울었다.
화전민이 떠나고
개망초꽃들이 꾸역꾸역 피었다.
일원짜리 백동전 만한
개망초꽃들이 떼지어 모인 곳엔
개망초꽃 향기가
산맥의 구름보다 일렁거렸다.
쓸쓸히 떠돌아 간 것이
유월 장마 같기도 하고
죄없는 혼백 같기도 하여서.....*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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