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하늘 시 모음

효림♡ 2011. 11. 22. 09:47

*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만 냥 빚 갚은 하늘 - 정완영  
녹음도 짐이던가
지친 여름 다 부리고

산국(山菊) 감국(甘菊) 쑥부쟁이
흩어 피는 이 가을은

만 냥 빚
다 갚은 하늘을
이고 길 나섭니다. *

 

* 새벽 하늘 - 정희성 
감나무 가지가 찢어질 듯
달이 걸려 있더니
달은 가고
빈 하늘만 남아
감나무 모양으로 금이 가 있다
고구려 적 무덤 속에서
三足烏 한 마리
푸드덕 하늘 가르며 날아오를 거 같은
새벽 어스름
즈믄 해여
즈믄 해여 *

 

* 하늘, 하늘, 하늘 - 이해인  

하늘이란 말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하늘빛 향기

하늘의 향기에 나는 늘 취하고 싶어

하늘 하늘하고 수없이 뇌어보다가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또 하늘을 생각했다

 

* 푸른 하늘 - 김용택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

* 김용택시집[그대 거침없는 사랑]-푸른숲

 

* 하늘 - 김용택  

태풍 지나간

가을날 아침

우리나라 하늘 보며

우리 조국 하늘만큼 아름다운 하늘

어디 있으면

손 들고 한번 나와 보라고

큰 소리로 외치다. *

* 김용택시집[그대 거침없는 사랑]-푸른숲

 

* 하늘이 파란 날  - 김용택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한적한 풀밭에 길게 누워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눈뜨면

눈부시어요 당신 모습

저 하늘처럼 눈부시어

살며시 눈을 감고

햇살을 얼굴 가득 받을 때

꼭 당신의 얼굴이 내게로

환하게 포개져 와닿는 것 같아요


하늘이 파란 날

한적한 풀밭에 누워

눈떴다 감았다 보고 싶은 당신

 

* 하늘의 그물 - 정호승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 하늘 위의 창문 - 안도현 
방패연을 높이높이
띄웠다

하늘 위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생겼다

저 창문을 열면
하늘 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 내다볼 수 있겠다
하느님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겠다

방패연은 좋겠다
저러다
운이 좋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있겠다

 

* 가을 하늘 - 구재기 
울타리 밑에서 호박은 핑크빛으로 늙어갔다
마른 넝쿨손이 울타리목을 잡은 게 필사적이었다
은행잎이 노라니 익어가는 언덕길 끝은
푸르디 높은 하늘
어디서, 쩡쩌엉쩡, 대낮의 장끼가 울어댔다
하루가 소리 없이 빨리도 지나가지만
다가오는 먼 그림 속 빛깔들이
바람 속에서 다투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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