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아줌마'라는 말은 - 김영남

효림♡ 2012. 10. 12. 21:17

* '아줌마'라는 말은 - 김영남 
일단 무겁고 뚱뚱하게 들린다.
아무 옷이나 색깔이 잘 어울리고
치마에 밥풀이 묻어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낯설어 하지만
골목에서 아이들이 '아줌마' 하고 부르면
낯익은 얼굴이 뒤돌아본다, 그런 얼굴들이
매일매일 시장, 식당, 미장원에서 부산히 움직이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짓는다.

그렇다고 그 얼굴들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함부로 다루면 요즘에는 집을 팽 나가버린다.
나갔다 하면 언제 터질 줄 모르는 폭탄이 된다.
유도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진 못하겠지만
뭉툭한 모습을 하고도 터지면 엄청남 파괴력을 갖는다.
이웃 아저씨도 그걸 드럼통으로 여기고 두드렸다가
집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적 있다.

우리 집에서도 아버지가 고렇게 두드린 적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아무리 두들겨도 이 세상까지 모두 흡수해버리는
포용력 큰 불발탄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

 

* 검정 고무줄에는

내복의 검정 고무줄을
잡아 당겨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고무줄에는 고무줄 이상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 이상의 무얼 끌어안은 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으로
무엇을 묶어본 사람이면 또 알 겁니다
어머니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것을
그래야 사람도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한 어머니일수록 그런 신축성을 오래오래 간직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고무줄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어머니란 리어카 바퀴처럼 둥근 모습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둥근 등을 굴려 우리들을 큰 세상으로 실어낸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 지상 모든 고무줄을 비교해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이 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

 

* 참외 

 

그녀 오선지에

높은음자리표가 있었다

 

높은음자리표는 줄 여럿 거느리고 향기로웠다

 

거기에 곡 붙이고 음정 싣다가

하모니카처럼 망가지기도 했다

 

잊었지만 그 높은음자리표

풍동이란 이름과 함께 존재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심호흡 심호흡으로

눈 감는 이 뭉클뭉클함이여

싸고도는 음악의 달콤함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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