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들꽃 시 모음

효림♡ 2012. 10. 15. 08:29

 

*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

 

* 엉겅퀴의 노래 - 복효근

들꽃이거든 엉겅퀴이리라

꽃 핀 내 가슴 들여다보라

수없이 밟히고 베인 자리마다

돋은 가시를 보리라

하나의 꽃이 사랑이기까지

하나의 사랑이 꽃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잃고 또
떠나야 하는지
이제는
들꽃이거든 가시 돋힌 엉겅퀴이리라
사랑이거든 가시 돋힌 들꽃이리라
척박한 땅 깊이 뿌리 뻗으며
함부로 꺾으려드는 손길에
선연한 피멍울을 보여주리라
그렇지 않고 어찌 사랑한다 할 수 있으리
그리고
보라빛 꽃을 보여주리라
사랑을 보여주리라 마침내는
꽃도 잎도 져버린 겨울날
누군가 또 잃고 떠나
앓는 가슴 있거든
그의 끓는 약탕관에 스몄다가
그 가슴 속 보라빛 꽃으로 맺히리라 *

 

*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가슴에 유서를 품고 살던 날들이 있었다
지지리도 못나서 나는
네 창가의 시클라멘도
네 가슴의 장미도 되지 못해서
석 달도 넘게 우체부가 오지 않은 가문 날
연애도 혁명도 먼먼 날
잡풀 우거진 언덕에서
나를 재운 것은 스물세 알의 아달린이었으나
풀잎 이슬로 깨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되돌아온 애인의 미소가 아니었다
새 세상의 낭보는 더더욱 아니었다
쇠잔등에 돋은 힘줄 같은 쇠비름,
그 노란 꽃이었다
원기소알보다도 작은
제가 무슨 꽃이라고
저도 무슨 꽃이라고
저마다 하늘 하나씩 받쳐 든 쇠비름
가막사리 앉은뱅이 제비꽃 어깨 겯고 어우러진
들꽃, 꽃들의 비웃음이었다

* 복효근시집[마늘촛불]-애지

 

* 들꽃 이름 - 권달웅

우리네 산에 들에는 하늘을 찌를 듯 키큰 나무들도 많지만 풀벌레와 같이 자라는 키 작은 들꽃들은 더욱 많습니다.

바람 부는 날 바람 따라 산에 들에 피는 들꽃 이름을 불러보면 오래 소식 끈긴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비비추 더워지기 으아리 진득찰 바위손 소리쟁이 매듭풀 절굿대 노랑하늘타리 딱지꽃 모시대 애기똥풀 개불알꽃

며느리배꼽 꿩의다리 노루오줌 도꼬마리 엉겅퀴 민들레 질경이 둥굴레 속새 잔대 고들빼기 꽃다지 바늘고사리

애기원추리 곰취 개비취 .....덕팔이 다남이 점순이 간난이 끝순이 귀돌이 쇠돌이 개똥이 쌍점이 복실이.....

불러보면 볼수록 정겨운 들꽃 이름들 속에서 순박했던 코흘리개들이 웃습니다. *

 

* 들꽃 - 고은 
들에 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우리 겨레 은은한 품성 영락없지요
들꽃 몇천 가지 다 은은히 단색이지요
망초꽃 이 세상꽃
이것으로 한반도 꾸며놓고 살고지고요
금낭초 앵초꽃
해 질 무렵 원추리꽃
산들바람 가을에는 구절초 피지요
저 멀리 들국화 피어나지요
이런 꽃 피고지고 복이지요
이런 꽃 피고지고 우리 겨레 복이지요
들에 나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 풀꽃 - 이성선 
맑은 마음을 풀꽃에 기대면
향기가 트여 올 것 같아
외로운 생각을 그대에게 기대면
이슬이 엉킬 것 같아
마주 앉아 그냥 바라만 본다.
눈 맑은 사람아
마음 맑은 사람아
여기 풀꽃밭에 앉아
한나절이라도 아무 말 말고
풀꽃을 들여다보자.
우리 사랑스런 땅의 숨소릴 듣고
애인같이 작고 부드러운
저 풀꽃의 얼굴 표정
고운 눈시울을 들여다보자.
우리 가슴을 저 영혼의 눈썹에
밟히어 보자.
기뻐서 너무 기뻐
눈물이 날 것이네.
풀꽃아
너의 곁에 오랜 맨발로 살련다.
너의 맑은 얼굴에 볼 비비며
바람에 흔들리며
이 들을 지키련다. *

 

* 풀꽃과 놀다 - 나태주 

대 만약 스스로

조그만 사람 가난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풀밭에 나아가 풀꽃을 만나보시라

 

그대 만약 스스로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라 여겨진다면

풀꽃과 눈을 포개보시라

 

풀꽃이 그대를 향해 웃어줄 것이다

조금씩 풀꽃의 웃음과

풀꽃의 생각이 그대 것으로 바뀔 것이다

 

그대 부디 지금, 인생한테

휴가를 얻어 들판에서 풀꽃과

즐겁게 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보시라

 

그대의 인생도 천천히

아름다운 인생 향기로운 인생으로

바뀌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

* 나태주시집[황홀극치]-지식산업사

 

* 들꽃 -내 안에 만개하신 그대에게 - 정해종  

소리 소문 없이 들꽃 피더니

들불처럼 들판을 점령한다

겨우내 등이 가렵던 들판

들꽃폭탄 터진 자리마다

아지랑이 포연 어지럽다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처럼

내 안에 망울 터뜨린 한 송이 들꽃

이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다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이유 한 번 묻지 못한 채

무장해제 당하는 내 거친 욕망들

내 안에 식민정부가 들어서고

나는 들꽃의 제복을 입는다

점령군 만세! 들꽃제국 만세!

밀항도 망명도 꿈꾸지 않겠다

 

미안하다 내 겨울의 동지들

나는 여기서 살아남아야겠다

 

* 초록풀물 - 공재동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

 

* 들꽃이 피었던 자리 - 김혜순 
꽃을 꺾던 손이 찌르르 떨린다.
가녀린 바늘같은 꽃 이파리들이
허공을 쪼고 있다가
꽃 모가지를 잡는 손이 힘을 주자
실밥들 후두둑 떨어진다.
잠시 허공을 물들였던 보랏빛 물이
단번에 땅위로 흩. 어. 진.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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