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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四時詞) - 허난설헌

효림♡ 2013. 7. 17. 21:21
* 지는 달이 다정히 병풍 속 엿보네요 - 허난설헌

 

*봄

고요한 정원에 살구꽃비 떨어지고

목련꽃 핀 언덕 꾀꼬리 울어라.

오색수실 비단 장막 봄기운 차가운데

박산향로 향내가 하늘거리며 날려요.

잠 깨어난 아가씨 곱게도 단장하는데

향기로운 비단 보배 띠 원앙수를 놓았네.

드리운 겹 발 거두고 비취휘장 치고서

시름없이 은쟁 잡고 봉황곡을 타네.

황금재갈 구슬안장 말 탄 임 어디 갔소.

앵무새 다정히 창가에서 속삭이는데.

풀밭에 날던 나비 뜨락에서 길 잃고

꽃 주변 아지랑이 난간 밖에 아물거려.

누구 집 연당에서 피리 소리 들려오나  

달빛은 좋은 술 담긴 잔 속에 가득한데.

근심으로 잠 못 들어 홀로 지새는 밤에

새벽이면 일어나 눈물만 옷자락에 적셔요.  

 

* 여름

회나무 그늘 짙어 꽃 그림자 옅어질 때

좋은 대자리 평상 펴니 누각 앞이 훤해요.

흰 모시 적삼 땀 맺혀 구슬 같고

비단부채 바람결이 비단장막 흔드네요.

빨간 석류꽃 구슬계단에 피고 지고

햇살은 처마 끝에서 발 그늘을 비추어요.

무늬 새긴 대들보 긴 낮에 제비도 쉬는데

약초밭 울타리엔 사람 없고 벌만 윙윙.

수놓던 아가씨 싫증 나서 졸다 보면

머리 꽂은 봉황비녀 비단방석에 떨어져요.

이마 위 화장한 곳 잠잔 자국 분명한데

꾀꼬리 울음소리가 강남 꿈 깨웠어요.

남쪽 연못에서 여자 친구와 목란배 타고

연꽃 무성한 나루터로 돌아가요.

천천히 노 저으며 채릉곡 부르니

정다운 갈매기 짝 놀라서 날아가요. 

 

가을

찬 기운 스며드는 긴 밤의 각시방

빈 뜰에 이슬 내려 옥병풍도 차가워요.

연못에 연꽃 시들며 밤에 향기 풍기고

우물가 오동나무 잎 지니 그림자 없어.

똑똑 떨어지는 물시계만 서풍에 울고

주렴 밖 서릿발에 밤벌레가 우네요.

베틀에 감긴 무명 가위로 잘라내다

옥관 계신 임의 꿈 깨니 사방이 쓸쓸해.

인편에 보내고자 옷 한 벌 지으니

쓸쓸한 등잔불만 어두운 벽 밝힐 뿐.

눈물로 밤새워 편지 쓰고 나니

역사는 내일 아침 남쪽에 간다 하네.

옷과 편지 부치고 뜨락 거닐면

흘러가는 은하수 새벽별이 밝아요.

찬 이불 뒤적이며 잠 못 이루는 밤

지는 달이 다정히 병풍 속 엿보네요. 

 

겨울 

구리 물시계 소리에 겨울밤 깊어가고

달빛 비친 창가에 원앙금침이 차가워라.

대궐 안 갈가마귀 도르래 소리에 흩어지고

동트는 누각 창문에는 그림자 어른거려.

주렴 앞에 시녀들이 금병에 물 부으니

항아리에 손 넣기 싫어도 연지 향기로워.

눈썹 그릴 때 시린 손 호호 부는데

앵무새 조롱 속에서 새벽 서리 싫어하네.

남녘 아가씨들 웃으며 속삭이길,

옥 같은 얼굴이 임 그리다가 반쪽 되었네.

금화로에 불 지피니 생황소리처럼 따뜻해

장막 아래서 고아주를 봄 술로 올리네.

난간에 기대 불현듯 변경 계신 임 그리니

창 잡고 굳센 말 타며 청해가 달리시겠지.

몰아치는 모래 눈보라에 가죽옷 떨어져도

아마 눈물수건 적시는 아내 생각하시겠죠 *

 

* 四時詞 - 許蘭雪軒 

 

* 春

院落深沈杏花雨  啼在辛夷塢  流蘇羅幕襲春寒  博山輕飄香一縷

美人睡罷理新粧  香羅寶帶蟠鴛鴦  斜捲重簾帖翡翠  懶把銀箏彈鳳凰

金勒雕鞍去何處  多情鸚鵡當窓語  草粘戲蝶庭畔迷  游絲闌外舞

笙歌  月照美酒金叵羅  愁人獨夜不成寐  曉起鮫綃紅淚多 

 

*

槐陰滿地花陰薄  玉簟銀床敞珠閣  白苧衣裳汗凝珠  呼風羅扇搖羅幕

瑤階開盡石榴花  日轉華簷簾影斜  雕梁晝永燕引雛  藥欄無人蜂報衙

刺繡慵來午眠重  錦茵敲落釵頭鳳  額上鵝黃膩睡痕  喚起江南夢

南塘女伴木蘭舟  采采荷花歸渡頭  輕橈齊唱采菱曲  驚起波間雙白鷗

 

*

紗廚寒逼殘宵永  露下虛庭玉屛冷  池荷粉褪夜有香  井梧葉下秋無影

丁東玉漏響西風  簾外霜多啼夕蟲  金刀翦下機中素  玉關夢斷羅帷空

裁作衣裳寄遠客  悄悄蘭燈明暗壁  含啼寫得一封書  驛使明朝發南陌

裁封已就步中庭  耿耿銀河明曉星  寒衾轉輾不成寐  落月多情窺畫屛

 

*

銅壺滴漏寒宵永  月照紗幃錦衾冷  宮鴉驚散轆轤聲  曉色侵樓窓有影

簾前侍婢瀉金甁  玉盆手澁臙脂香  春山描就手屢呵  鸚鵡金籠嫌曉霜

南隣女伴笑相語  玉容半爲相思瘦  金爐獸炭暖鳳笙  帳底美兒薦春酒

憑闌忽憶塞北人  鐵馬金戈靑海濱  驚沙吹雪黑貂弊  應念香閨淚滿中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 5]-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