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나무 -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
* 시인
그대에게 가닿고 싶네
그리움 없이는 시도 없느니
시인아, 더는 말고 한평생
그리움에게나 가 살아라 *
* 한로(寒露)
찬 이슬 내렸으니 상강(霜降)이 머지않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벽 사이에 들리겠네
지금쯤 벼 이삭 누렇게 익었으리
아, 바라만 보아도 배부를 황금벌판!
허기진 내 사람아, 어서 거기 가야지 *
* 교감
전깃줄 위에 새들이 앉아 있다
어린아이가 그걸 보고서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만
"내려와아, 위험해애" *
* 벗이 보내온 유자를 받아들고
이사 가 짐 정리도 못했을 벗님이
보길도 집 마당 유자를 따 보냈네
임진년 동지섣달은 유난도 해서
마음 춥고 쓸쓸해 어찌 살꼬 싶은데
기산영수 어디인가 볕바른 남녘
유자 향 그윽한 겨울이 깊어가는가 *
* 정희성시집[그리운 나무]-창비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 -히치콕의 5단 서랍장 - 유형진 (0) | 2013.12.16 |
---|---|
겨울 이야기 - 김상미 (0) | 2013.12.12 |
견디는 잎새 - 공광규 (0) | 2013.11.18 |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맹문재 (0) | 2013.11.13 |
후산경 네 편 - 황지우 (0) | 2013.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