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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노래(田家行) - 이규상

효림♡ 2014. 6. 4. 22:22

* 농가의 노래(田家行) - 이규상(李奎象)(1727∼1799)

 

1.

언 모래 녹고 개울 따스하고 억새 순이 고운데

파란 이내 막 걷히자 흰 해오라기 날아오르네.

시골 아낙도 또한 봄빛을 사랑할 줄 아나 보다

진달래꽃 한 가지를 비녀에 꽂아서 돌아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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沙融溪暖荻芽微  靑靄初收白鷺飛

田婦亦知春色愛  鵑花一朶揷叉歸

 

2.

궁궐의 미인들은 명주옷을 입고 곱게 치장을 하여도
내내 부부 사이의 즐거움을 누리기 힘들지만
농사꾼의 집에서는 삿갓을 쓰고 나무비녀를 찌를지라도
내내 아내와 남편이 마주하고 즐겁게 지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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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國佳人錦繡粧  一生離別野鴛鴦
田家약笠荊釵裏  長對娘夫媚무相

 

3.

아침에 들에 나갔다가 저물녘에 돌아와

저녘밥을 짓고 나니 달이 산에 오르네.

방아 찧어 이른 아침을 준비하자니

그저 조각 잠에 쉴 틈을 찿는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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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出平田薄暮還  夕炊纔了月升山 
鳴春更備明晨飮  休息惟於片夢間
 

 

4. 

맨드라미 오똑 서고 봉선화 늘어져있는데

파란 박 넝쿨과 자줏빛 가지가 얽혀있네.

한 무리 고추잠자리 왔다가 가고 나니

높은 하늘 마른 햇살에 가을이 생겨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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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冠逈立鳳仙橫  瓠曼笳莖紫翠縈

一陳朱蜻來又去  雲高日燥見秋生

 

5.

아내는 산을 일군 밭에서 흰 목화를 따고
남편은 먼 들에 나가 찰벼를 거둬들이네
아이만 남아서 문을 지키다가
맘대로 뜰의 줄줄이 달린 가지를 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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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婦山田拾素綿  郞收紫稻遠郊前
稚兒留在看門戶 
任摘庭茄累累懸 

6. 

섣달에는 하늘에서 눈서리가 돌아가며 내리니
따뜻한 기운은 외양간에만 있네
나락은 진작 실어다가 곳간을 채워놓았으며
부들자리를 다 짜도록 밤은 깊어만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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臘月乾坤雪霜  陽春別在養牛房
輸綱已畢完乘屋  蒲席閒編到夜長

 

* 촌요(村謠) -시골의 노래

 

5.

초가는 대울타리를 사방에 둘러쳤는데

한 줄기 등불이 비스듬히 새어나오네.

젊은 며늘아기 방아 찧고 먼저 잠들었는데

늙은 할멈 한가하게 앉아 물레질을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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茅簷四面竹籬遮  射出燈光一道斜

少婦罷舂先倦睡  老姑閒坐運繅車

 

7. 

콩밥에 뜨물국 봄처럼 따스한데

여리고 허연 무로 김치 새로 담갔네.

시골살이 늦은 저녁밥 꿀처럼 달기에

인간 세상 산해진미 알 것 없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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豆飯泔漿暖似春 菁根軟白作菹新

田家晩食甘如蜜 不識人間有八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