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코스모스 시 모음

효림♡ 2014. 8. 25. 09:00

 

* 코스모스 -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

* 김사인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2006

 

* 코스모스 - 조정권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 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옵니다. *

 

* 코스모스 - 이해인 

몸 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  

 

코스모스 - 이형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면 연신 부딪치는
물결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막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리섬 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였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 *

 

코스모스 - 조지훈

코스모스는 그대로 한떨기 우주(宇宙) 무슨 꿈으로 태어났는가

이 작은 태양계(太陽系) 한줌 흙에ㅡ

 

차운 계절(季節)을 제 스스로의 피로써 애닯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는

방향(方向) 없는 그리움으로 발돋움하고 다시 학(鶴)처럼 슬픈 모가지를 빼고 있다.  

붉은 심장(心臟)을 뽑아 머리에 이고 가녀린 손길을 젓고 있다.

 

코스모스는 허망(虛忘)한 태양(太陽)을 등지고 돌아 앉는다. 서릿발 높아가는 긴 밤의 별빛을 우러러 눈뜬다.

[카오스]의 야릇한 무한질서(無限秩序) 앞에 소녀(少女)처럼 옷깃을 적시기도 한다.

 

신(神)은 [사랑]과 [미움]의 두 세계(世界)안에 그 서로 원수 된 이념(理念)의 영토(領土)를 허락(許諾)하였다.

닿을 길 없는 꿈의 상징(象徵)으로 지구(地球)의 한모퉁이에 피어난 코스모스 ㅡㅡ코스모스는 별바래기 꽃,

 (중략)

코스모스는 흘러온 별. 우주(宇宙)는 한 송이꽃. 고향이 없다. 뜨거운 입맞춤이 있다.

그리움은 외로운 자(者)를 숨막힐 포옹(抱擁)에서 놓아주질 않는다. 뼈조차 자취 없이 한방울 이슬로 녹을 때까지......

 

코스모스가 이미 그리움에 야위어 간다. 서럽지 않다. *

 

코스모스 -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집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
 

* 윤동주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미래사

 

* 코스모스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 문인수        

코스모스들이 손뼉 치며 손뼉 치며 죄, 웃는다
구름이 지나가도 새 떼가 지나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가도
수줍게 가만가만 흔들리던 코스모스들이
기차만 지나가면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기분이 나쁜 기차가 더 빨리 달려가고
코스모스들은 까무러칠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 추분의 코스모스를 노래함 - 김명인  

길섶에 뿌려놓은 코스모스 여름 내내
초록줄기를 뻗더니
길가에 추분의 꽃대들을 잔뜩 세웠다
아침나절에 내려놓는 햇살 제법 선선해졌지만
아직도 한 무더기 무더위가 짓누르는 한낮,
코스모스가 이룩한 생산은 수백 수천
꽃송이를 일시에 피워낸 것인데
오늘은 우주의 깃털바람 그 꽃밭에다
하늘하늘 투명한 햇살의 율동 가득 풀어놓고 있다
알맞게 온 색색의 꽃잎들이 결을 맞춘다
새털처럼 가벼워진 지구가
코스모스 잎잎 위에서 저마다의 이륙을 준비한다 *

 

* 가을날 - 정희성 

길가의 코스모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나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다

선득하니,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그림자가 한층 길어졌다 *

* 정희성시집[돌아다보면 문득]-창비 

 

* 흔들리다 - 문태준

나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나는 중심
코스모스는 주변
바람이 오고 코스모스가
흔들린다 나는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코스모스가 흔들린다고 생각할 때

중심이 흔들린다
욕조의 물이 빠지며 줄어들 듯
중심은
나로부터 코스모스에게
서서히 넘어간다
나는 주변
코스모스는 중심
나는 코스모스를
코스모스는 나를
흔들리며 바라보고 있다 *

 

* 코스모스 꽃밭에 누우면 - 정완영  

코스모스 꽃밭에 누우면 하얀 가을이 만져진다 

바람결도 만져지고 구름결도 만져지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고향 생각도 만져진다. 

코스모스 꽃밭에 누우면 가을이 휘청거린다 

꽃대가 휘청거리고 낮달이 휘청거리고 

하늘이 내 곁에 내려와, 그리움이 휘청거린다.

 

코스모스 - 김진경

코스모스 속엔

유랑곡마단의 천막과

나팔 소리가 있다

 

코스모스 속엔

까맣게 높은 천장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는

곡마단의 소녀가 있다

 

코스모스 속엔

하얀 꽃송이

팽그르르 맴을 돌며 떨어지는

물 맑은 우물이 있다

 

검은 물빛을 보며

나도 나팔 소리와 깃발 따라가는

떠돌이이고 싶었다

 

코스모스 속엔

하얗게 소름 마르는 길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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