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한 줄의 시를 읽다 - 하이쿠(俳句) 시 모음 2

효림♡ 2015. 9. 14. 09:00

* 바쇼(芭蕉)

-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つのきたる?哉)   

-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 첫눈 내리네/ 수선화 잎사귀가/ 휘어질 만큼 

 

- 산길 넘는데/ 왠지 마음 끌리는/ 제비꽃

- 여위었지만/ 어쩔 수 없이 국화는/ 꽃을 맺었네

- 마른 가지에/ 까마귀 앉아 있다/ 가을 저물녘

 

- 둘이서 본 눈/ 올해에도 그렇게/ 내렸을까  

- 말을 하면/ 입술이 시리다/ 가을바람

- 이쪽으로 얼굴을 돌리시게/ 나 역시 외로우니/ 가을 저물녘

- 자세히 보면/ 냉이꽃 피어 있는/ 울타리여라

 

 

* 부손(蕪村)

-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 (まりてかな)

- 여름 장맛비/ 큰 강을 앞에 두고/ 집이 두 채

- 모란꽃 져서/ 고요히 겹쳐지네/ 꽃잎 두세 장

 

- 봄날의 바다/ 온종일 쉬지 않고/ 너울거리네

- 홍매화 꽃잎/ 떨어져 불타는 듯/ 말똥 위에서 

- 시원함이여/ 종에서 떠나가는/ 종소리

 

- 외로움에도/ 즐거움이 있어라/ 저무는 가을

- 겨울비 내리네/ 옛사람의 밤도/ 나와 같았으려니

- 꽃 질 때마다/ 늙어 가는 매화의/ 우듬지여라

 

- 봄비 내리네/ 물가의 작은 조개/ 적실 만큼만

- 가는 봄이여/ 머뭇거리며 피는/ 철 늦은 벚꽃

- 여름 소나기/ 풀잎을 부여잡은/ 참새 떼들아 

- 겨울 강으로/ 부처님께 바친 꽃/ 떠내려오네

 

* 잇사(一茶)

-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

- 여윈 개구리/ 지지 마라 잇사가/ 여기에 있다 (痩蛙まけるな一茶是に有り)

- 나의 별은/ 어디서 노숙하는가/ 은하수

 

죽이지 마라/ 파리가 손으로 빌고/ 발로도 빈다 

- 꽃그늘 아래/ 생판 남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줘/ 귀뚜라미

 

- 눈 녹아/ 온 마을에 가득한/ 아이들

-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이건 봄비 아닌가

 

* 시키(子規)

- 몇 번씩이나/ 내린 눈의 깊이를/ 물어보았네 (いくたびもさをねけり)

- 떠나는 내게/ 머무는 그대에게/ 가을이 두 개

- 한 송이 지고/ 두 송이 떨어지는/ 동백꽃이여  

 

- 물 항아리에/ 개구리 떠 있다/ 여름 장맛비   

- 여름 소나기/ 잉어 이마를 때리는/ 빗방울

- 돌에 앉아 잠든 나비/ 나의 슬픈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도 몰라

- 이 세상의/ 무거운 집 내려놓고/ 낮잠을 자네

 

* 소칸

- 추워도/ 불 가까이 가지 마/ 눈사람  

- 두 손 짚고서/ 노래 불러 바치는/ 개구리여라 

- 달에 손잡이를 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 모리타케

꽃잎이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に?るとればかな)

- 날아가는 매화/ 가벼웁게도/ 신들의 봄

- 내 전 생애가/ 나팔꽃만 같아라/ 오늘 아침은

 

* 료칸(승려시인) 

- 숨 막히는 초록 속/ 목련꽃/ 활짝 피었네

- 탁발 그릇에/ 내일 먹을 쌀 있다/ 저녁 바람 시원하고

- 제비붓꽃/ 내 오두막 옆에서/ 나를 취하게 해

 

- 불 피울 만큼은/ 바람이 낙엽을/ 가져다주네

- 오늘 오지 않으면/ 내일은 져 버리겠지/ 매화꽃

- 탁발하러 나갔다 봄의 들판에서/ 제비꽃 모으며 시간 다 보냈어라

 

- 도둑이/ 남겨 두고 갔구나/ 창에 걸린 달

- 지는 벚꽃/ 남은 벚꽃도/ 지는 벚꽃

- 뒤를 보여 주고/ 앞을 보여 주며/ 떨어지는 잎 

* 소인

- 산다는 것은/ 나비처럼 내려앉는 것/ 어찌 되었든 

- 바라보느라/ 고개가 뻐근하다/ 꽃이 필 때면

- 흰 이슬방울/ 분별없이 내리네/ 어느 곳에나 

 

* 시게요리

- 잠깐 멈추게/ 꽃이 핀 쪽으로/ 종 치는 것은

- 처음부터/ 벌어져 피는구나/ 눈꽃은

- 밤에 내린 눈/ 알지도 못한 채로/ 잠이 갓 들어

 

 오니쓰라

- 목욕한 물을/ 버릴 곳 없네 온통/ 풀벌레 소리

- 피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꽃 지기만 해도

- 산골짜기 물/ 돌도 노래를 하네/ 산벚꽃 피고

- 새는 아직/ 입도 풀리지 않았는데/ 첫 벚꽃

 

* 지요니

- 봄날 밤/ 꿈꾸고 피었는가/ 다시 온 꽃

- 보름달 뜬 밤/ 돌 위에 나가 우는/ 귀뚜라미

- 어찌 되었든/ 바람에 맡겨 두라/ 마른 억새꽃

* 다이기

- 황매화 피네/ 잎에 꽃에 또 잎에/ 꽃에 또 잎에

   (A yellow plum leaf flower leaf flower leaf flower leaf flower)

- 꺾지 마시오/ 하곤 꺾어서 주네/ 뜰에 핀 매화

- 옮기는 손에/ 빛나는 반딧불이/ 손가락 사이

- 아름다워라/ 눈 내려 쌓인 후/ 맑게 개인 날

 

 

* 네, 네 하고 말해도/ 계속 두드리네/ 눈 덮인 대문 - 교라이
* 손바닥에서/ 슬프게도 불 꺼진/ 반딧불이여 (しくゆる?かな) - 교라이

 

* 다음 생에는/ 제비꽃처럼 작게/ 태어나기를 (ほどなさきまれたし) - 소세키

* 밑바닥의 돌/ 움직이는 듯 보이는/ 맑은 물 - 소세키

 

* 이 슻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다다토 

 

* 여름이라 마른거야/ 그렇게 대답하고/ 이내 눈물짓네 - 기긴


* 오두막의 봄/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게 있다 - 소도

* 꼭지 빠진 감/ 떨어지는 소리 듣는/ 깊은 산 - 소도

* 세상에 들러/ 잠시 마음 들뜨는/ 섣달그믐날 - 소도

 

* 아픈 승려가/ 마당을 쓸고 있다/ 매화가 한창 - 소라

 

*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삿갓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카쿠

 

* 한밤중/ 움직여 위치 바꾼/ 은하수 - 란세쓰

* 매화 한 송이/ 한 송이만큼의/ 따스함이여 - 란세쓰


* 맨 먼저 본/ 나뭇가지이겠지/ 지는 꽃잎을 - 조소

* 쓸쓸함이/ 밑 빠진 듯 내리는/ 진눈깨비여 - 조소

* 귀뚜라미 운다/ 길 떠나려는 이의/ 밥상 아래서 - 조소

 

* 이름 몰라도/ 모든 풀마다 꽃들/ 애틋하여라 - 산푸

 

* 부러워라/ 아름다워져서 지는/ 단풍나무 잎 - 시코

 

* 그것도 좋고/ 이것도 좋아지는/ 늘그막의 봄 - 료토

 

* 내 나이/ 늙은 것도 모르고/ 꽃들이 한창 - 지게쓰

*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허수아비/ 소매 속에서 - 지게쓰

 

* 이름을 듣고/ 또다시 보게 되네/ 풀에 핀 꽃들 - 데이지


* 죽은 친구가/ 어깨에 손을 얹는 것처럼/ 가을 햇살 따뜻해 - 구사타오

* 겨울의 물/ 나뭇가지 하나의 그림자도/ 속이지 않고 - 구사타오

 

* 보이는 곳/ 마음 닿는 곳마다/ 올해의 첫 벚꽃 - 오토쿠니

 

*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 이젠

 

* 저 뻐꾸기/ 올여름 한 곡조만 부르기로/ 결심했구나 - 료타

* 아무 말 없이/ 손님과 집주인과/ 하얀 국화와 - 료타

*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 료타

 

* 문 열고/ 찻잎 버리러 가는데/ 눈보라 - 소바쿠

 

* 그가 한마디/ 내가 한마디/ 가을은 깊어 가고 - 교시

 

*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 - 산토카

* 힘주고 또 힘주어 힘이라고 쓴다 (つぎつぎにをこめてく) - 산토카

* 여름풀 무성하다 언제 길을 잘못 들었던가 - 산토카

* 충분히 잘 먹고 혼자의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 산토카

 

* 기침을 해도 혼자 - 호사이

* 무엇인가 잡은 표정으로 아이가 덤불에서 나왔다 - 호사이

* 외로워서 혼자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본자 - 호사이

* 남을 비난하는 마음을 버리고 콩 껍질을 깐다 - 호사이

 

-하이쿠는 반쯤 열린 문이다.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으로 볼 때 더 선명하고 강렬하다 -류시화

 

* 류시화 하이쿠 모음집[백만 광년 고독속에서 한줄 시를 읽다]-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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