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보름달 시 모음

효림♡ 2015. 9. 25. 09:00

* 보름달 - 정호승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 보름달 - 이종문 
밤마다 밤마다
잠도 못 잤는데
어쩌면 포동포동 살이 쪘을까


날마다 날마다
햇볕도 못 쬈는데
어쩌면 토실토실 여물었을까. *

 

* 보름달 - 박성우

어느 애벌레가 뚫고 나갔을까
이 밤에 유일한 저 탈출구,
함께 빠져나갈 그대 뵈지 않는다 *

 

* 보름달 - 김종해   
눈비에 젖는 일이 예사로운 날
하루의 악천후와
미끄러운 활주로를 거쳐
간, 신, 히,
격납고에 기체를 집어넣고
감사 기도를 짧게 하고
오늘 일을 끝낸 다음,
내 집으로 오르는 현관 계단에서
멈칫,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이 있어
나는 하늘을 잠시 보았다
아, 하늘에는
어머니가 환하게 웃고 계신다

 

* 보름달 - 양전형 

마침내 그대 생각으로 가득 채운
이 냉가슴

세상이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구나

아무래도
내일부터 차츰
그대 생각 덜어내야지

 

* 달 때문에 - 고증식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 전의 그 둥근달 보네

달빛 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처럼 풀어놓은 한마디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울컥
하마터면
다 털어놓을 뻔했네 *

 

* 보름달 기도 - 이해인 

둥근 달을 보니

내 마음도 둥글어지고

마음이 둥글어지니

나의 삶도 금방 둥글어지네

 

몸속까지 스며든

달빛에 취해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노래를 하고

 

온 우주가 밝아지니

나의 기도 또한 밝아져서

웃음이 출렁이고

또 출렁이고 *

 

* 대보름, 환하게 기운 쪽 - 손택수  

대보름 뒷날 택배가 왔다

나물과 부럼과 과일이

부산에서 일산까지 건너왔다

찰밥은 먹었느냐 삐뚤삐뚤한 글씨와 함께

 

찰밥에 빈속 채우고

찌그러진 사과 한 알 깎는데

사과, 찌그러진 쪽으로 씨앗이 없다

 

씨앗이 사과를 부풀게 하였구나

씨앗을 먹이기 위해서 사과는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무거웠겠구나

 

씨앗을 놓친 달이 기운다

기운 달이 대보름

젖을 물린다

부산에서 일산까지

택배로 건너온 달,

환하게 기운 쪽에서 울컥

찡한 시장기가 치민다  

손택수시집[목련 전차]-창비


* 그 달을 떠서 찻잔에 담고 - 초의선사 

어젯밤에 뜬 보름달은

참으로 빛났다

 

그 달을 떠서 찻잔에 담고

은하수 국자로 찻물을 떠

차 한 잔에 명상한다

 

뉘라서 참다운 차 맛을 알리요

달콤한 잎 우박과 싸우고

삼동(三冬)에도

청정한 흰 꽃은 서리를 맞아도

늦가을 경치를 빛나게 하나니

 

선경(仙境)에 사는

신선의 살빛같이도 깨끗하고

 

염부단금(閻浮檀金) 같이

향기롭고 아름다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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