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희망(希望) 시 모음

효림♡ 2016. 10. 11. 09:00

* 희망(希望) - 전봉건
아름다운
어느 한 아름다운 날을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가슴께에서
꽃과 사과이고 싶은 것은
꽃바구니의.

달빛에 씻긴 이슬을
이슬 머금은 배추가 진주(眞珠)처럼 아롱지며 트이는 아침을
푸른 바다 어리는 비둘기의 눈동자를
태양(太陽)이 웃으며 내려오는 하늘… 그 눈부신 계단에 핀
진달래를
또 신문(新聞)이 음악(音樂)처럼 뿌려지는 거리를
생각하는 것은.

여기
무수히 검은 총(銃)알 자국 얼룩진
나무와 나무 사이
눈이 깔린 밤
..... 여기에서.

오 두 마리
버들강아지 꼼지락이는 은(銀) 목걸이를 생각하며,
꽃바구니의 꽃 그리고
사과이고 싶은 것은… 당신의
가슴께에서.

구름도
지구(地球)도
인간(人間)도
생활(生活)도
어느 것 하나 빠트리지 않고
다 함께 그리운 내가
전쟁(戰爭)의 숯검정이 자욱이 얼어붙은
내 눈시울 속에
서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 겨울날 아지랑이처럼
아스라이 서 있는
까닭이다. *

 

* 희망을 위하여 - 곽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여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

 

* 희망 - 정희성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

* 정희성시집[돌아보면 문득]-창비

 

* 희망이 완창이다 - 천양희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희망이 완창이다 *

* 천양희시집[너무 많은 입]-창비

* 희망 - 나태주
미루나무 세 그루,
까치집 하나,
마른풀을 씹으며 겨울을 나는
검정염소 몇 마리,
팔짱을 끼니 나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 희망 - 나태주 

날이 개면 시장에 가리라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힘들여 페달을 비비며

 

될수록 소로길을 찾아서
개울길을 따라서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들
새로 피어나는 과꽃들 보며 가야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할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이라도 불 것이다

 

어느 집 담장 위엔가
넝쿨콩도 올라와 열렸네
석류도 바깥세상이 궁금한지
고개 내밀고 얼굴 붉혔네

 

시장에 가서는
아내가 부탁한 반찬거리를 사리라
생선도 사고 채소도 사 가지고 오리라

* 희망은 깨어 있네 - 이해인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 부릅니다.

 

* 희망 - 천상병
내일의 頂上을 쳐다보며
목을 뽑고 손을 들어
오늘 햇살을 간다.

한 시간이 아깝고 귀중하다.
일거리는 쌓여 있고
그러나 보라 내일의 빛이

창이 앞으로 열렸다.
그 창 그 앞 그 하늘!
다만 전진이 있을 따름!

하늘 위 구름송이 같은 희망이여!
나는 동서남북 사방을 이끌고
발걸음도 가벼이 내일로 간다

 

* 희망의 바깥은 없다 -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이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 희망공부 - 정희성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이정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 이정하시집[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푸른숲,2002

 

*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 폴 베를렌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빛나는 것.
미친 듯 나는 말벌을 겁낼 건 뭐니?
저기 봐, 햇빛은 언제고 어느 구멍으로 비쳐 들어오잖아.
왜 잠을 못 잤어, 그렇게 탁자에 팔굽을 기대고?
창백한 가여운 영혼아, 이 찬 우물의 물이나마
마셔보렴. 그 다음 잠을 자. 자, 보렴. 내가 여기 있잖아.
네 낮잠의 꿈을 어루만져 주마.
요람 속에 흔들리는 아기처럼 콧노래를 부르렴.
*
곽광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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