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별 시 모음

효림♡ 2016. 11. 4. 09:00

* 별 -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 별 - 고은 
저문 강 다리 있어라
건너갈 다리 있어라

강 건너 기다리는 언덕 있어라

산 넘어 저녁 연기 오르는 마을 있어라
그 마을

기다리는 사람 있어라

하루 일 다하고 기다리는 사람 있어라

하늘에 별 있어라
기다리는 사람의 눈에 별 있어라
별 있어라
별 있어라 *

 

* 별 -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 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 별 1 - 박시교

그 무슨 생각을 모아 별들은 빛나는 걸까

아직도 지상에는 말 못할 아픔이 많아

그 상처 다독이려는 따뜻한 손길을 보네

 

* 별 하나 - 김용택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든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 내시어요

 

나는 힘 없지만

내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차고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가끔

하늘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게요

 

* 별 - 이상국
큰 산이 작은 산을 업고
놀빛 속을 걸어 미시령을 넘어간 뒤
별은 얼마나 먼 곳에서 오는지

처음엔 옛사랑처럼 희미하게 보이다가
울산바위가 푸른 어둠에 잠기고 나면
너는 수줍은 듯 반짝이기 시작한다

별에서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별을 닦으면 캄캄함 그리움이 묻어난다
별을 쳐다보면 눈물이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어두움은
너에게로 가는 길이다

 

* 별 -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 별 - 안상학 
가슴속에 넣어두고 키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 별이었으면 좋겠네. 그것도
한 천 년 거리에서 살다가 지금은
다 부서지고 흩어져서 오직
빛으로만 남은 별이었으면 좋겠네.
한 천 년
내 가슴속에 눈물처럼 깃들여 살다
어느 한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질 그런 별,
별 하나만 살았으면 좋겠네

 

* 별 - 유치환  

어느날 거리엘 나갔다 비를 만나 지나치던 한 처마 아래 들어섰으려니

내 곁에도 역시 나와 한 가지로 멀구러미 하늘을 쳐다보고 비를 긋고 섰는

사나이가 있어,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문득 그 별이 생각났다.

밤마다 뜨락에 내려 우러러 보노라면 만천의 별들 가운데서도 가장 나의

별 가차이 나도 모를, 항상 그늘 많은 별 하나-.

 

영원히 건널 수 없는 심연에 나누어져 말없이 서로 바라보고 지낼 수 밖에 없는

먼 먼 그 별, 그리고 나의 별!

 

* 새벽 지친 별 - 김영랑  

밤이면 고총 아래 고개 숙이고

낮이면 하늘 보고 웃음 좀 웃고

너른 들 슬쓸하여 외론 할미꽃

아무도 몰래 지는 새벽 지친 별

 

* 별 - 김영승
우리는 이젠
그 동안 우리가 썼던 말들을
쓰지 않을지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외롭다는 말

그리고
그립다는 말

밤이면 기관포처럼
내 머리위로 쏟아지는

 

* 별 - 복효근

등 하나 켜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한 생애가

알탕갈탕 눈물겹다

 

무엇보다, 그리웁고 아름다운 그 무엇보다

사람의 집에 뜨는 그 별이 가장 고와서

어스름녘 산 아래 돋는 별 보아라

 

말하자면 하늘의 별은

사람들이 켜든 지상의 별에 대한

한 응답인 겻이다 *

* 복효근시집[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 별 가족 - 복효근

늦은 밤
정령치 밤하늘에 서면
별들이 바로 머리 위까지 내려와
도랑물 소리를 내며 흘렀다
내가 조금만 키가 더 컸거나
까치발을 딛었다면 또는
선혜를 목마 태우고
그 별들을 땄더라면 충분히
한 시간에 닷 말은 땄을 것이다
그러나
별빛이 하도 시리기도 하고
부시기도 하여 게다가
아침이 오기 전에
제자리에 갖다가 붙여놓을 일이 까마득하여
아내와 두 딸과 나와는
별의 흉내를 내어
어둠 속에서 다만
서로에게 반짝여 보이기만 하는 것이었다  *

* 복효근시집[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 별 - 이해인  

밤이 오는 층계에서 별을 바라봅니다

내가 사는 집에는 층계가 많아

나의 하루는 수시로 숨이 차지만

다람쥐처럼 하루를 오르내리는 삶의 즐거움이여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층계

갈수록 높아뵈는

삶의 층계에서

별을 안고 기도하는 은은한 기쁨이여

별이신 당신을 오늘도 바라봅니다

 

* 별 - 류인서  

만일 네가 혼기 꽉 찬 아가씨라면
네 집 담장 위에다 꽃 핀 화분 대신 유리 항아리를 올려놔주렴
행인들 중 몇은 이날을 기다려 찾아온 젊은이.
그중 발 빠른 손이 항아리를 집어 던져 깨뜨릴 테니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혼례의 승낙을 구하려
네 집 대문을 두드릴 테니

 

* 별 - 김승희

에서

ㄹ이

떨어져서

무릎 같은 ㄹ이 떨어져서

땅에 내려와서

논에 들어가

벼가

되어서

벼로 패어서

   

일하는 농부의 다리

힘들어서

꺾어져서

주저앉아서

겹친 다리

꺾인 무릎

ㄹ이 되어서

벼를 모시고 쉬는데

그런 때

벼가

별이 되어서 *

* 김승희시집[냄비는 둥둥]-창비, 2006

 

 

* 별똥별 - 정호승

밤의 몽유도원도 속으로 별똥별 하나 진다

몽유도원도 속에 쭈그리고 앉아 울던 사내

천천히 일어나 별똥별을 줍는다

사내여, 그 별을 나를 향해 던져다오

나는 그 별에 맞아 죽고 싶다 *

 

* 별을 보며 - 조동화

정말 너무 오래 잊은 채 지냈구나.

허망한 세상 불빛에 눈 멀고 마음 홀려

밤이면 저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모깃불 밤새 타던 내 어린 고향 마당

은하 이마에 젖는 멍석 위에 누우면

무엔지 그냥 그리워 잠 못 들곤 했더니.

채우면 채울수록 허전한 삶에 매여

우러러 넉넉했던 먼 날의 그 순수를

아, 정말 너무나 오래

버려두고 살았구나.

 

* 별을 보며 - 이성선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


* 별을 쳐다보며 - 노천명

나무가 항상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댓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댓자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

 

* 여름 별자리 - 이준관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에 가서
별을 보았다.
감자밭에서 돌아온 어머니 호미 같은
초승달이 서쪽 산자락으로 지고
감자꽃 같은 별들이 돋아났다.
어미곰과 아기곰이 뒹굴며 노는 큰곰 작은곰별자리
은하수 물방울을 퉁기며 솟구치는 돌고래별자리

직녀가 거문고를 뜯고 있는 거문고 별자리
나는 어렸을 때 배웠던 별자리 이름들을 다시 불러 보았다
그 이름에 대답하듯 별들이 온 하늘 가득
뽕나무 오디열매처럼 다닥다닥 열렸다
별똥별 하나 저 멀리 밤나무 숲으로 떨어졌다.
저 별똥별은 가을에 밤 아람으로 여물어
밤송이 같은 아이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리라
아내는 세상에나! 별이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여기 다 모여 있었네 하면서 별처럼 눈을 빤짝거렸다.
그리고 옥수수를 따서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듯
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서 있었다.
세상에나!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아름다운 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우리는 외양간이 딸린 민박집 방에서
별들과 하룻밤을 보냈다
송아지를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어미소는
가끔 깨어 송아지를 혀로 핥아주고
그때마다 별들은 잠을 깨어
딸랑딸랑 워낭소리를 내곤 했다. *

 

 

* 별 - 박영신

지상에서 심은 씨앗 중에 
가장 멀리에 심은 것이 별이다. 
떡잎 자라는 가슴이 푸릇푸릇해지는 

 
오늘도 어느 별에서는 꽃이 피고 있다. 

 

* 중성행(衆星行) - 이좌훈(李佐熏)  

夜深淸月底 - 야심청월저  衆星方煌煌 - 중성방황황

微雲掩不得 - 미운엄부득  朔風就有光 - 삭풍취유광

眞珠三萬斛 - 진주삼만곡  磊落靑琉璃 - 뇌락청유리

群芒起虛無 - 군망기허무  元氣乃扶持 - 원기내부지

霏霏露華滋 - 비비노화자  明河聲在東 - 명하성재동

天機孰主張 - 천기숙주장  吾將問化翁 - 오장문화옹

- 별을 노래하다 

밤 깊어 맑은 달 아래에서 뭇별이 한창 반짝거리네.

옅은 구름으로는 가리지 못하고 찬바람 불면 빛이 더 반짝이네.

진주알 삼만 섬이 파란 유리에서 반짝반짝!

허무에서 별빛이 무수히 일어나 우주의 원기를 북돋네.

부슬부슬 이슬꽃 내리고 동쪽에는 은하수 흐르는 소리.

누가 천체의 운행을 주관할까? 내 조물주에게 물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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