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詩 모음

짧은 시 모음 6

효림♡ 2017. 9. 6. 09:00

* 한송이 꽃 -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

 

* 아침이 오다 - 이시영

방금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목련나무 가지가 바르르 떨린다

잠시 후 닿아본 적 없는 우주의 따스한 빛이 거기에 머문다 *

 

* 부녀 - 김주대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이의

추운 발소리를 듣는 애비는 잠결에

귀로 운다 *

 

* 서풍이 되어 - 김수복

내 모든 걸 너에게 바친다

내 말의 뿌리도

내 말의 흙도

내 말의 메마른 가슴도

내 말의 풍요한 사랑도

그 목을 바친다

꽃을 피우지 않고 바람이 되어 바친다

재를 피워 다시 꽃을 바친다 *

 

* 절망 - 김성규

꽃들은 왜 하늘을 향해 피는가

그리고 왜 지상에서 죽어가는가 *

 

* 금란시장 - 함민복

좌판의 생선 대가리는

모두 주인을 향하고 있다

 

꽁지를 천천히 들어봐

 

꿈의 칠할이 직장 꿈이라는

쌜러리맨들의 넥타이가 참 무겁지 *

 

* 운장암 - 공광규

풀 비린내 푸릇푸릇한 젊은 스님은

법당 문 열어놓고 어디 가셨나

 

불러도

불러도

기척이 없다

 

매애

매애

풀언덕에서 염소가

 

자기가 잡아먹었다며

똥구멍으로 염주알을 내놓고 있다. *

 

* 그 - 정희성

저 벼락을 보았느냐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살던 그가

살았던 적이 없는 사람처럼 죽었다 *

 

* 그믐께 - 이세기

고둥 뿔둑을 먹은 겐지 초저녁 앙앙 아이가 운다

 

민박집 할매가 배앓이에 즉효라는 양귀비술을 한술 떠와

아이에게 먹이는

 

생소라 올라오는 밤이다 *

 

*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창비시선400 기념시선집,2016

'시인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시 모음 2  (0) 2017.10.10
사랑 시 모음 2   (0) 2017.09.29
세월 시 모음  (0) 2017.09.01
차(茶) 시 모음  (0) 2017.08.14
월하정인(月下情人) - 오태환   (0) 201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