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 곽재구 * 무화과 - 곽재구 먹감색의 작은 호수 위로 여름 햇살 싱싱하다 어릴 적엔 햇살이 나무들의 밥인 줄 알았다 수저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맞이하는 나무들의 식사시간이 부러웠다 엄마가 어디 가셨니? 엄마가 어디 가셨니? 별이 초롱초롱한 밤이면 그중의 한 나무가 배고픈 내게 .. 좋아하는 詩 2018.03.02
은행나무 - 곽재구 * 은행나무 - 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시인 詩 모음 2015.03.04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가을에는 먼 길을 걷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걷고 파란 강물을 따라 걷고 언덕 위의 파란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좋아하는 詩 2012.08.31
와온臥溫 가는 길 - 곽재구 * 시 - 곽재구 눈 오시네 와온 달천 우명 거차 쇠리 상봉 노월 궁항 봉전 율리 파람바구 선학 창산 장척 가정 반월 쟁동 계당 당두 착한 바닷가 마을들 등불 켜고 고요히 기다리네 청국장에 밥 한술 들고 눈 펄펄 오시네 서로 뒤엉킨 두 마리 용이 빚은 순금빛 따스한 알 하나가 툭 얼어붙은.. 좋아하는 詩 2012.06.07
겨울의 춤 - 곽재구 * 겨울의 춤 - 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 좋아하는 詩 2011.12.08
4월 시 모음 * 사월 비빔밥 -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 사월 -.. 시인 詩 모음 2011.04.01
따뜻한 편지 - 바람에게 - 곽재구 * 따뜻한 편지 -바람에게 - 곽재구 당신이 보낸 편지는 언제나 따뜻합니다 물푸레나무가 그려진 10전짜리 우표 한 장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낸 이와 받는 이도 없는 그래서 밤새워 답장을 쓸 필요도 없는 그 편지가 날마다 내게 옵니다 겉봉을 여는 순간 잇꽃으로 물들인 지상의 시간들 우수.. 좋아하는 詩 2009.06.09
곽재구 시 모음 *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 시인 詩 모음 2009.05.08
그리움에게 - 곽재구 * 그리움에게 - 곽재구 그대에게 긴 사랑의 편지를 쓴다 전라선, 지나치는 시골역마다 겨울은 은빛 꿈으로 펄럭이고 성에가 낀 차창에 볼을 부비며 나는 오늘 아침 용접공인 동생녀석이 마련해준 때묻은 만원권 지폐 한 장을 생각했다 가슴의 뜨거움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오래 생각해야 .. 좋아하는 詩 2009.05.08
얼음 풀린 봄 강물 - 곽재구 * 얼음 풀린 봄 강물 -섬진마을에서 - 곽재구 당신이 물안개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냥 밥 짓는 연기가 좋다고 대답했지요 당신이 산당화꽃이 곱다고 애기했을 때 나는 수선화꽃이 그립다고 딴말했지요 당신이 얼음 풀린 봄 강물 보고 싶다 말했을 때는 산그늘 쪽 돌아앉아 오리.. 좋아하는 詩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