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시 모음 2 * 첫눈 - 박성우 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당기면 .. 시인 詩 모음 2019.12.05
배꼽 - 박성우 * 배꼽 - 박성우 살구꽃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 좋아하는 詩 2019.07.01
누가 더 깝깝허까이 - 박성우 * 누가 더 깝깝허까이 - 박성우 강원도 산골 어디서 어지간히 부렸다던 일소를 철산양반이 단단히 값을 쳐주고 사왔다 한데 사달이 났다 워워 핫따매 워워랑께, 내나 같은 말일 것 같은데 일소가 아랫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한다 흐미 어찌야 쓰까이, 일소는 일소대로 갑갑하고 철산양반.. 좋아하는 詩 2018.04.16
옛일 - 박성우 * 옛일 - 박성우 한때 나는, 내가 살던 강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와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별 냄새와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 * 박성우시집[자두나무 정류.. 좋아하는 詩 2017.09.05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외딴 강마을 자두나무 정류장에 비가 와서 내린다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별이 와서 내린다 나는 자주자주 자두나무 정류장에 간다 비가 와도 가고 눈이 와도 가고 달이 와도 가고 별이 와도 간다 덜커덩덜커덩 왔는데 두근두근 바짝 왔는데 암도 .. 좋아하는 詩 2013.05.23
취나물 - 박성우 * 취나물 - 박성우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고사리와 취나물을 잔뜩 뜯어 오셨어요 머리엔 솔잎이 머리핀처럼 꽂혀 따라와 마루에서야 뽑아졌구요 어머니는 두릅이 죄다 쇠서 아깝다고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무심히 떠난 아버지를 중얼거렸는지 몰라요 가족사진에 한참이나 감.. 좋아하는 詩 2013.04.03
박성우 시 모음 * 거미 - 박성우 거미가 허공을 짚고 내려온다 걸으면 걷는 대로 길이 된다 허나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공중의 길, 아슬아슬하게 늘려간다 한 사내가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간 뒤 그 사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올라와야 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끼니처.. 시인 詩 모음 2010.09.28
망해사(望海寺) - 송종문 * 망해사(望海寺) - 송종문 만경강이 서해 바다와 만나고 김제 광활 들녘 달려온 바람의 끄트머리 거기 조그만 절 하나 꿈인 듯 있지 나 끝 모를 아픔에 허덕여 그곳 전생엔 듯 한번쯤 가본 기억 있는 것도 같은 망해사에 갈 적마다 목탁 소리 대신 나뭇잎들의 낮은 불경 소리만 들렸지 누군.. 좋아하는 詩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