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명륜여인숙 - 오민석 * 봄 - 오민석 개울가에 매화보다 먼저 개불알꽃이 머리를 들고 있다 뜨거운 불알도 꽃잎에 들어야 별이 된다나 바람에 흔들리는 탁구공들 터질 듯이 탱탱한데 털개불알, 노랑개불알, 큰개불알 복주머니 난초라나 봄까치꽃이라나 눈 녹은 개울가에 노루오줌이 흥건하다 * * 꽃 꽃은 우주.. 좋아하는 詩 2015.08.24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 .. 좋아하는 詩 2015.08.10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맹문재 * 그리움이 먼 길을 움직인다 - 맹문재 먼 길에서 바라보는 산은 가파르지 않다 미끄러운 비탈길 보이지 않고 두릅나무 가시 겁나지 않고 독오른 살모사도 무섭지 않다 먼 길에서 바라보는 기차는 한산하다 발 디딜 틈 없는 통로며 선반에 올려진 짐꾸러미 보이지 않는다 먼 길에서 바라.. 좋아하는 詩 2013.11.13
산사의 아침 - 김기택 * 산사의 아침 - 김기택 한 마리 새가 울자 공기 속에 숨어있던 새소리들 일제히 깨어나더니 하늘이 청자처럼 촘촘하게 금이 가더니 귓속이 유리조각으로 자글자글하더니 잠이 깨었다 날아오르려는 날갯짓을 간신히 가지에 붙들고 앉아 새들이 서로 낭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파닥거.. 좋아하는 詩 2010.03.29
송수권 시 모음 *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 시인 詩 모음 2010.01.25
오탁번 시 모음 *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오탁번 눈을 밟으면 귀가 맑게 트인다 나뭇가지마다 순은의 손끝으로 빛나는 눈 내린 숲길에 멈추어 선 겨울 아침의 행인들 원시림이 매몰될 때 땅이 꺼지는 소리 천 년 동안 땅에 묻혀 딴딴한 석탄으로 변모하는 소리 캄캄한 시간 바깥에 숨어 있다가 .. 시인 詩 모음 2009.12.16
오규원 시 모음 * 봄 -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 시인 詩 모음 2009.07.01
반칠환 시 모음 * 삶 - 반칠환 벙어리의 웅변처럼 장님의 무지개처럼 귀머거리의 천둥처럼 *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 * 가뭄 저 소리 없는 불꽃 좀 보아 감열지처럼 검게 타오르는 들판 그 위로 날던 새 .. 시인 詩 모음 2009.06.22
서정주 시 모음 * 봄 - 서정주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아무 病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 * 서정주시집[안 끝나는 노래]-민음사 * 문둥이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 시인 詩 모음 2009.04.23
김용택 시 모음 * 봄 -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희고 고운 몸짓으로 물에 닿으며 물 깊이 눈감는 사랑을 보았네 아아, 나는 인자 눈감고도 가는 환한 물이네 * * 이 바쁜 때 웬 설사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 시인 詩 모음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