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 모음 *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老主人의 腸壁에 無時로 忍冬 삼긴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여 붉고, 구석에 그늘 지여 무가 순돋아 파릇 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風雪소리에 잠착 하다. 山中에 冊曆도 없이 三冬이 하이얗다. * * 정지용 전집 1 시 - 민음사 2013.. 시인 詩 모음 2013.07.22
황인숙 시 모음 * 강 -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 시인 詩 모음 2009.08.25
비 - 김수영 * 비 - 김수영(金洙暎)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평범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에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순간이 .. 좋아하는 詩 2009.07.17
이성복 시 모음 * 아주 흐린 날의 기억 - 이성복 새들은 무리지어 지나가면서 이곳을 무덤으로 덮는다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 그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 시인 詩 모음 2009.04.15
봄은 간다 - 김억 * 봄은 간다 - 김억 밤이도다 봄이도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 나의 사랑은 나의 사랑은 황혼.. 좋아하는 詩 2009.04.01
백석 시 모음 * 노루 - 백석 산(山)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 * * 산(山)비 山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 * 청시(靑枾)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 시인 詩 모음 2009.03.31
이형기 시 모음 * 낙화(落花)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綠陰)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 시인 詩 모음 2008.06.25
비 - 이병기 * 비 - 이병기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나리는 비 來日도 나리오소서 連日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나리는 비 저윽이 말리는 정은 날보다도 더하오 잡었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 좋아하는 詩 2008.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