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도종환 * 산 - 도종환 제가 그 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널리 퍼진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이름대로 그 산의 풍채는 멀리서도 기품이 있었고 능선을 타고 자란 나무들 뒤로 구름이 모여와줄 때나 산의 목소리를 따라 햇살이 줄을 지어 내려올 때면 거기 모인 이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산의.. 도종환* 2012.01.06
박남준 시 모음 2 *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낫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 시인 詩 모음 2011.03.18
이종문 시 모음 * 고등어 색시에게 - 이종문 살얼음 끼어 있는 어물전 좌판 구석 새 신랑 고등어가 새 색시 고등어를 뒤로 꼭, 껴안고 누웠다 춥제, 그자 춥제 그자 저그 신랑 품에서도 옛 애인 생각하는 색시야 이제 그만 뒤로 벌떡 돌아누워 뜨겁게 너그 신랑을 꼭 껴안아 주지 그래 * * 입동(立冬) 녹슨 .. 시인 詩 모음 2010.10.01
산 - 김용택 * 산 - 김용택 하루 해가 떠서 다 지도록 천번 만번이나 당신을 떠났어도 도로 그 자리 나는 하루종일 당신 곁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 * 산도 물도 당신 앞에 서면 산도 물도 꽃도 지워집니다 * 산 하나 저 고운 단풍 보고 있으면 그냥 당신이 그립고 좋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이 삶의 .. 김용택* 2010.07.28
산 - 김용택 * 산 -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 김용택* 2009.08.06
산 - 함민복 * 산 - 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 좋아하는 詩 2009.05.09
정희성 시 모음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않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 시인 詩 모음 2008.07.30
산 - 조지훈 * 산 - 조지훈 산이 구름에 싸인들 새소리야 막힐 줄이 안개 잦아진 골에 꽃잎도 떨렸다고 소나기 한주름 스쳐간 뒤 벼랑 끝 풀잎에 이슬이 진다 바위도 하늘도 푸르러라 고운 넌출에 사르르 감기는 바람 소리 * 좋아하는 詩 2008.06.20
산 - 김광섭 * 산 -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 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들만 남겨 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 .. 좋아하는 詩 2008.06.20
산 - 김광림 * 산(山) - 김광림 한여름에 들린 가야산(伽倻山) 독경(讀經)소리 오늘은 철 늦은 서설(瑞雪)이 내려 비로서 벙그는 매화(梅花) 봉오리 눈 맞는 해인사(海印寺) 열 두 암자(庵子)를 오늘은 두루 한겨울 면벽(面壁)한 노승(老僧) 눈매에 미소(微笑)가 돌아 좋아하는 詩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