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 황동규 * 눈 - 황동규 오 눈이로군 그리고 가만히 다닌 길이로군 입김 뒤에 희고 고요한 아침 잠간 잠간의 고요한 부재 오 눈이로군. 어떤 돌아옴의 언저리 어떤 낮은 하늘의 빛 언저리와 빛을 가진 죽음이 되기 위하여 나는 꿈꾼다, 꿈꾼다, 눈빛 가까이 한 가리운 얼굴을 한 차고 밝은 보행을. * *.. 좋아하는 詩 2015.12.18
오어사(吾魚寺)에 가서 원효를 만나다 - 황동규 * 오어사(吾魚寺)에 가서 원효를 만나다 - 황동규 1 오어사에 가려면 포항에서 한참 놀아야 한다. 원효가 친구들과 천렵을 즐기던 절에 곧장 가다니? 바보같이 녹슨 바다도 보고 화물선들이 자신의 내장을 꺼내는 동안 해물잡탕도 먹어야 한다. 잡탕집 골목 허름한 술집에 들어가 .. 좋아하는 詩 2011.11.07
귀뚜라미 시 모음 * 귀뚜라미 - 김소월 산(山)바람 소리 찬비 듣는 소리 그대가 세상 고락(苦樂) 말하는 날 밤에 숫막집 불도 지고 귀뚜라미 울어라 * * 귀뚜라미 - 구상 立冬도 지난 어느 날 밤 한잠에서 깨어나니 창 밖 뜰 어디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는 운다[鳴]기보다 목숨을 깎고 저미는 .. 시인 詩 모음 2011.08.30
청령포 - 황동규 * 청령포(淸泠浦) - 황동규 * 늦눈 대철(大哲) 플라톤이 이상국가에서 시인(詩人)들을 몽땅 내쫓았다며, 노점상인 쫓듯이, 좌판들을 뒤엎고! 거 참 잘한 짓이지 가객(歌客)은 이따금 불러 창(唱) 한차례 듣고 술 멕여 보내는 거여 아문! 술 먹고도 행복치 않은 자나 행복치 않은 체하는 자.. 좋아하는 詩 2010.07.25
풍장(風葬) - 황동규 * 풍장(風葬) 1 -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 좋아하는 詩 2009.10.19
황동규 시 모음 2 * 탁족(濯足) -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梧田)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봐도 안 터지는 휴대.. 시인 詩 모음 2009.09.30
봄날은 간다 시 모음 * 봄날은 간다 - 정일근 벗꽃이 진다, 휘날리는 벚꽃 아래서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더라,* 그런 늙은 유행가가 흥얼거려진다는 것, 내 생(生)도 잔치의 파장처럼 시들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늘어진 벚나무 가지 사이로 경축 제40회 진해 군항제 현수막이 보인다 40년이라, 내 몸도 그 세월을.. 시인 詩 모음 2009.03.24
겨울밤 0시 5분 - 황동규 * 겨울밤 0시 5분 - 황동규 별을 보며 걸었다. 아파트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내려 길을 건너려다 그냥 걸었다. 추위를 속에 감추려는 듯 상점들이 셔터들을 내렸다. 늦저녁에 잠깐 내리다 만 눈 지금도 흰 것 한두 깃 바람에 날리고 있다. 먼지는 잠시 잠잠해졌겠지. 얼마 만인가? 코트 여며 .. 좋아하는 詩 2009.03.18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 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 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 좋아하는 詩 2008.11.16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좋아하는 詩 200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