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외딴집 대추나무 - 권정생

효림♡ 2013. 7. 17. 16:43

* 외딴집 대추나무 - 권정생

 

캄캄한 밤이면

외딴집 대추나무는 조금 쓸쓸하다.

조롱조롱 대추열매를 달고

구불구불 가지를 뻗고

커다란 키에 어른이면서도

대추나무는 아무도 없는 밤이면 조금은 쓸쓸하다.

 

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을 세다가

가느다랗게 휘파람도 불다가

그래도 잠이 안 오면

가만히 눈감고 낮에 있었던

가지가지 얘기를 떠올린다.

 

ㅡ강 건너 신작로엔 버스가 빵빵 지나다녔지

ㅡ연이네 아버지가 대추나무 아래로 걸어가다가 코를 핑 풀었지

ㅡ금순네 엄마가 고무다라이를 이고 몸빼 입고 군뎅이 삐딱삐딱 지나갔지

ㅡ기태하고 종구가 책가방 메고 학교 가다가 신발주머니 떨어뜨렸지

ㅡ숙이가 치마 훌렁 걷고 앉아서 오줌 눴지

ㅡ우체부 아저씨가 따르르릉 자전거 타고 지나갔지

 

대추나무는 혼자서 한참 한참 그러다가 잠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