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시 모음 2 * 달팽이 - 김사인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간 옛적 누이거나 평생 앞 못 보던 외조부.. 시인 詩 모음 2015.10.14
투명한 속 - 이하석 * 투명한 속 - 이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쇳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좋아하는 詩 2010.06.25
최영철 시 모음 * 홍매화 겨울나기 - 최영철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잠시 바라본 홍매화 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데나 막 피는 게 아니라 전라도 구례 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는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아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 시인 詩 모음 2009.11.16
매미 - 유응교 * 매미 - 유응교 사람들은 매미가 운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우는 게 아니다 오직 사랑을 위하여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노래할 뿐이다 7년 동안 기다려온 그 사랑을 위하여 울어야할 이유는 없다 아름답게 치열하게 노래할 뿐 그대라면 저토록 처절하게 울겠는가? 아니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좋아하는 詩 2009.07.30
매미 - 도종환 * 매미 - 도종환 누구에게나 자기 생의 치열하던 날이 있다 제 몸을 던져 뜨겁게 외치던 소리 소리의 몸짓이 저를 둘러싼 세계를 서늘하게 하던 날이 있다 강렬한 목소리로 살아 있기 위해 굼벵이처럼 견디며 보낸 캄캄한 세월 있고 그 소리 끝나기도 전에 문득 가을은 다가와 형상의 껍질.. 도종환* 2009.07.08
매미 - 고영조 * 매미 - 고영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 좋아하는 詩 2009.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