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시 모음 * 봄밤 - 박형준 달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 누가 사다리 좀 다오 홀로 빈방에 앉아 앞집 지붕을 바라보자니 바다 같기도 하고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결 같기도 하고 달이 내려와 지붕에 어른거리는 목련, 꽃 핀 자국마다 얼룩진다 이마에 아프게 떨어지는 못자국들 누구의 원망일.. 시인 詩 모음 2018.04.06
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金秀映) * 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金秀映)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 만에.. 좋아하는 詩 2014.08.02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 김남극 *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 김남극 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묵었고 연초록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 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섞인 밥에 막장.. 좋아하는 詩 2013.07.12
봄밤 - 김사인 * 봄밤 - 김사인 나 죽으먼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도ㅑ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도ㅑ 알었지 하고 노가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4.. 좋아하는 詩 2011.04.25
이면우 시 모음 *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 시인 詩 모음 2011.01.25
이병초 시 모음 * 미꾸라지 - 이병초 찌그러진 주전자 허리에 차고 미꾸라지를 캔다 벼 벤 밑동을 파면 거기 요동치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아찔함을 건져 주전자에 담는다 확에 갈아 체에 밭치기 전 요것들을 고무 함지에 쏟아 놓고 소금 뿌려 썩썩 문지를 때 죽을둥살둥 손에 감기던 차진 살맛이 .. 시인 詩 모음 2009.10.29
송찬호 시 모음 *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 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 시인 詩 모음 2009.09.03
김소월 시 모음 *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 꿈 닭 개 짐.. 시인 詩 모음 2009.04.22
춘야(春夜) -봄밤 - 소식 * 春夜 - 蘇軾 春宵一刻直千金 - 춘소일각치천금 花有淸香月有陰 - 화유청향월유음 歌管樓臺聲寂寂 - 가관누대성적적 楸韆院落夜沈沈 - 추천원락야침침 * 봄밤 봄밤 한순간은 천금의 가치 꽃에는 맑은 향기 달에는 그림자 풍악소리 들리던 누대는 고요하고 그네 타던 정원에는 밤이 깊이 .. 좋아하는 漢詩 2009.03.16
자수(刺繡) - 허영자 * 자수(刺繡) -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르른다, 남향 햇볕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極樂.. 좋아하는 詩 200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