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모음 6 * 한송이 꽃 -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 * 아침이 오다 - 이시영 방금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목련나무 가지가 바르르 떨린다 잠시 후 닿아본 적 없는 우주의 따스한 빛이 거기에 머문다 * * 부녀 - 김주대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 시인 詩 모음 2017.09.06
늦가을 감나무 - 함민복 * 늦가을 감나무 - 함민복 저거 좀 봐 밝은 열매들이 매달려 있는 게 아니라 나무를 들고 있는 것 같네 사뿐, 들고 있는 것 같어 대롱대롱 들고 있는 것 같지 그러라고 잎도 졌나봐 어! 구불구불한 가지들이 슬금슬금 펴지네 * * 함민복시집[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좋아하는 詩 2014.10.20
한포천에서 - 함민복 * 한포천에서 - 함민복 도끼날로 얼음장 찍어 구멍 뚫어놓으면 양잿물에 삶은 빨래 한 함지박 이고 와 살얼음 걷어내며 빨래 헹구던 어머니 시려 팔목까지 붉다 푸르던 손 그 물가 둑에서 아카시아 열매 푸르르륵 푸르르륵 삭풍에 울었지 물여울이 풀어지는 무릎노리 물속에 들어가 파릇.. 좋아하는 詩 2013.05.20
도라지밭에서 - 함민복 * 도라지밭에서 - 함민복 길을 가다가 도라지 밭에 올라가보았지요 꽃 들여다보고 있으면 주인도 혼내지 못할 것 같았고 혼내도 혼나지 않을 것 같았지요 고향집 장독대 뒤에 피어 있던 도라지꽃도 까마득 진 줄 모르고 피어났지요 도라지 대궁 도라지 잎들은 무뚝뚝한데요 하얀색 보라.. 좋아하는 詩 2013.05.20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이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 좋아하는 詩 2013.05.20
사과를 먹으며 - 함민복 * 사과를 먹으며 - 함민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 좋아하는 詩 2013.01.31
꽃봇대 - 함민복 * 꽃봇대 - 함민복 전등 밝히는 전깃줄은 땅속으로 묻고 저 전봇대와 전깃줄에 나팔꽃, 메꽃, 등꽃, 박꽃......올렸으면 꽃향기, 꽃빛, 나비 날갯짓, 벌 소리 집집으로 이어지며 피어나는 꽃봇대, 꽃줄을 만들었으면 * * 곡선 사랑은 곡선이다 곡선의 씨앗은 하트♡다! *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 좋아하는 詩 2012.08.23
東雲庵 - 함민복 * 東雲庵 1 - 함민복 바위 그릇에 물 받아 놓고 스님 옷을 공양주 보살이 빤다 마음에 묻은 때야 염불과 經으로 씻지만 옷에 묻은 때는 물(水)보살의 힘을 비는 수밖에 없나보다 목탁 소리 빨랫방망이 소리 저렇게 때려대서야 겁나 도망가지 않을 때가 어디 있겠나 뒷산 푸른 나무, 붉은 흙.. 좋아하는 詩 2010.06.14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 성선설 -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 좋아하는 詩 2009.06.29
꽃 - 함민복 * 꽃 -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 좋아하는 詩 200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