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 장석남 * 물맛 - 장석남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 좋아하는 詩 2014.09.25
비망록 - 문정희 *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 좋아하는 詩 2014.09.25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 좋아하는 詩 2014.09.25
영국사에는 범종(梵鍾)이 없다 - 양문규 * 영국사에는 범종(梵鍾)이 없다 - 양문규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산과 산 사이로 낮게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 속을 종소리 대신 소똥 묻은 새가 울고 간다 스님은 심장을 드러내고 계곡물 소리를 듣는다 서로 가는 것을 묻지 않고, 길이 끝나는 곳으로부터 소리들이 되돌아와 발 디디는 .. 좋아하는 詩 2014.09.24
구절초 - 양문규 * 구절초 - 양문규 환한 하늘이 꽃을 내리는가 천둥 번개 울다 간 천태산 여여산방 소담하게 꽃이 열린다 햇살, 햇살이 가장 환장하게 빛날 때 저 스스로 꽃을 던져 몸을 내려놓는 그 꽃무늬를 핥고 빠는 벌과 나비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들여다보는데 미루나무 이파리 우수수 허공.. 좋아하는 詩 2014.09.23
꽃자리 - 구상 *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 좋아하는 詩 2014.09.13
꽃자리 - 구상 *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 꽃자리 - 구상 그 자리가 꽃자리니라 시방 그대가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이라 하더라도 바로 그 자리가 꽃자리니라 * * 꽃자리 -.. 좋아하는 詩 2014.09.13
대서(大暑) - 강웅순 * 대서(大暑) - 강웅순 염소뿔도 녹는다는 소서와 입추 사이의 대서 황경(黃經)이 120에 이르면 물은 흙이 되고 흙은 물이 되며 풀은 삭아서 반딧불이 된다 장마에 돌도 자란다는 애호박과 햇보리 사이의 대오리 토용(土用)이 중복(中伏)에 이르면 씨앗은 꽃이 되고 꽃은 씨앗이 되며 태반은.. 좋아하는 詩 2014.09.07
가을 선암사 - 강제윤 * 가을 선암사 - 강제윤 선암사 버스 대합실 노보살님들 불공드리고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신다. 부처님께서 챙겨주셨는가. 보살님들 등에 맨 바랑이 산밤, 은행, 산열매로 가득하다. 차가 왜 이리 늦는디야 암튼, 절에 댕겨오니께 좋구먼 절에 갈라고 베를 부랴부랴 빗제 한하고 햇빛 좋아.. 좋아하는 詩 2014.09.01
이 맛있는 욕! - 이가을 * 이 맛있는 욕! - 이가을 근엄하신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는 날마다 가마솥에 욕을 끓인다 가마솥 절절 끓을수록 욕설이 구수하다 손님 탁자마다 돌아다니면서 욕으로 안부를 건넨다 할머니 욕해주세요∼ 저, 염병할 놈, 또 왔네 아직도 그 타령이여? 욕설을 얹어야 국밥이 맛있다 국밥을 .. 좋아하는 詩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