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아직 이십대 - 이대흠
꽃처럼 무너지면 시절 있었네
나 아직 이십대 늙은 사내처럼
추억을 말하네....
내 가슴 한 켠에 자갈 하나 던져두고
사라져간 물결 있었네
그 물결 속으로
그리움의 나뭇가지를 꺾으며 나는
제발 내게 기적이 없기를 빌었네
삶이 전쟁이므로 사랑도 전쟁이었고
나의 샤먼 그대는 나를 적시지 않았네
세상에 대한 알 수 없는 적개심
나 휘발유 같던 시절 있었네
자폭하고 싶었지 나 아직 이십대
그대 내 전부의 세상
그대는 바뀌지 않았네 나 참을 수 없어
몸을 떨었네 휘발유 같던 시절 있었네
지난 날에 발 담그고 나는
구시렁 거리네 철든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노여움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노여움으로
건너오는 건 아닌지
나 아직 이십대 개떡 같은 사랑,
이야기하네 왜 나, 나의 사랑을
과거의 일로 돌리려 애쓰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대였으므로
나는 외로웠네
모든 바람은 새로웠지만
낯익은 것들이었네 폭풍이 몰아쳐
그대 조금 흔들렸지만
내 몹쓸 사랑, 꽃처럼
무너지던 시절 있었네 *
모서리를 돌아서다가 튀어 나온 돌멩이를 보지 못하고 무릎이 찍혔다
아직 손등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몇 방울 피 맺힌 것을 보고 아내는
칠칠맞다고 했다 나는 몸에 큰 흉터 있으면 오래 살 거라던 점쟁이의 말을
들어 다 내가 살아 남으려고 액땜한 거라 말했다 기억의 아슴한 산 모롱이를
돌아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몸의 어디건 상처 하나는 가지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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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상처의 길이 아득하다 지나간 희망이나 사랑은 모두 내 몸에
붉은 금을 그었다 아프다 내 오랜 사랑인 그대를 생각하면 세상을 다시 살고
싶어진다 아픈 것이 어디 내 몸뿐이랴 내 발에 채인 돌은 느닷없는 발길질에
얼마나 놀랐을까 나와 만나 깨어지거나 버려진 자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나와 만나면 모든 것이 망가졌다 타버린 담배 폐차된 자동차 망가진,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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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러지거나 커다란 흉터가 남은 게 아닌데
작은 상처에 아파했던 것은
죄스러운 일이다 혼자인 밤이면
상처입은 짐승들이
주위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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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 *
* 이대흠시집[상처가 나를 살린다]-현대문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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