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시 모음 * 쇠똥구리의 생각 - 이건청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고 가다가 잠시 멈춘다. 지금 내가 거꾸로 서서 뒷발로 굴리고 가는 저것은 풀밭이다. 이슬에 젖은 새벽 풀밭 위로 흐린 새 몇 마리 떠갔던가. 그 풀밭 지나 종일 가면 저물녘 노을에 물든 이포나루에 닿을까. 거기 묶인 배 풀어 타고 밤.. 시인 詩 모음 2010.06.25
장마 시 모음 * 장마 - 김사인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갈까// 패랭이꽃 보러 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 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 시인 詩 모음 2010.06.21
박몽구 시 모음 * 정취암에 가서 4 - 박몽구 편편한 아스팔트 길 버렸을 때 비로소 겨울 억새에 가려진 암자로 가는 길 드러났다 해발 오백 미터 바위 위에 앉은 산사로 닿는 지름길이 산등성이에 뱀처럼 걸려있지만 주지 수완 스님은 빠른 길을 버리고 세 배나 먼 길로 돌아오라고 한다 산사의 불빛은 먼 .. 시인 詩 모음 2010.06.14
자전거 시 모음 * 낡은 자전거 - 안도현 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 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 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 담벽에 기대어 서 있구나 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 삶은 여위어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 시인 詩 모음 2010.06.07
6월 시 모음 * 6월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시인 詩 모음 2010.06.01
채호기 시 모음 * 감귤 - 채호기 가지에 달린 노란 감귤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오돌도돌한 감귤 껍질 누군가 껍질을 까면 시고 달착지근한 말랑말랑한 것 실핏줄이 도드라져 보이는 작은 심장 먹을 수 없어서 망설입니다 살아서 두근거리는 연약한 것 동그랗게 뭔가를 포옹하고 있는 것들 가지.. 시인 詩 모음 2010.05.25
김초혜 시 모음 * 동백꽃 그리움 - 김초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 * 꽃은 피는데 다시는 이 봄에 못 오실 줄 알지만 꽃이 피니 행여나 어리석어라 육체 떠난 오라버니 영혼 내게로 와 시시때때로 살을 당기는 아픔 생.. 시인 詩 모음 2010.05.18
박희진 시 모음 * 그대 벗이여... - 박희진 소나무 아래 정자에선 녹차 한 잔 들게나 바쁜 세상일수록 마음을 비우고 솔바람 소리 듣는 법도 배워야지 차 맛은 길지만, 인생은 짧다네 * * 박희진시집[소나무 만다라]-시와진실 * 행곡리 처진 소나무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 말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또 .. 시인 詩 모음 2010.05.11
장만영 시 모음 * 달, 포도, 잎사귀 -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 시인 詩 모음 2010.05.04
차창룡 시 모음 * 내소사, 선운사, 동불암 똘감 - 차창룡 내가 확인한 바로는 내소사, 선운사, 동불암 스님들은 먹고살 만하다 그 먹음직한 똘감을 하나도 먹지 않고 놔두다니 그곳 스님들은 배가 충분히 부르거나 대단히 게으르다 왜 저 맛있는 똘감을 따지 않죠? 저건 새들의 밥이에요 스님들은 둘러대.. 시인 詩 모음 2010.04.29